뉴욕증시분석

금리 인하, 9월로 밀렸다…서머스 "인상 가능성"

해외선물 전문 정실장 2024. 4. 11. 09:40

 

10일(미 동부시간) 아침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CPI) 데이터가 발표된 직후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캘리 글로벌 전략가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밝힌 말입니다. 그 정도로 물가는 뜨거웠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금리는 치솟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주가는 하락하고요.

석달 연속 뜨거운 CPI

3월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식품/에너지 제외)는 모두 전달보다 0.4%(헤드라인 0.378%, 근원 0.359%) 상승했습니다. 예상보다 각각 0.1%포인트 더 높게 나와 2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뜨거웠던 2월보다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았죠. 전년 대비로는 헤드라인 CPI는 3.2%→3.5%로 가속되었고 근원 CPI는 3.8%를 유지(실제로는 3.75%→3.80%로 상승)했습니다. 역시 둘 다 월가 예측보다 높았습니다.
근원 CPI 물가의 최근 3개월(1분기) 연율 환산 수치는 4.2%로 올라 4분기 3.4%보다 가속했습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에너지 가격은 3월 1.1% 상승해 2월의 2.3% 상승보다 낮았습니다. 식품 물가는 0.1% 올랐는데, 식료품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외식 비용이 0.3% 뛰었습니다.

주거비는 또 0.4% 올랐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월가의 많은 예측가들이 어느 시점에는 주거비가 둔화할 것으로 예측해왔지만, 3월에도 임대료와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 모두 0.4% 상승하는 등 그런 조짐이 여전히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주거비를 제외한 다른 서비스 물가는 더 뜨거웠습니다. 의료비가 한 달 만에 0.6% 올랐고 자동차 보험료는 2.6%, 자동차 보수/관리비용은 1.7% 상승했습니다. 서비스 물가는 3월에 0.6% 상승해 2월보다 0.1%포인트 더 높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신차(-0.2%), 중고차(-1.1%) 등 자동차 가격은 낮아져서 근원 상품 가격은 3월 0.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 것이죠.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 즉 '슈퍼 코어' 물가는 지난 두 달 동안 0.47%와 0.85%를 기록한 데 이어 3월 0.65% 올랐습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8%가 넘는 높은 수준입니다.

폭등한 금리, 달러


뜨거운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나오자 6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1, 2월 뜨거운 수치를 더는 일시적 현상(bump)이라고 부르기 어려워진 것이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 6월 인하 베팅은 전날 56%에서 20% 이하로 뚝 떨어졌습니다. 7월 인하 베팅도 50% 안팎에 그치고요. 올해 예상 인하 폭도 50bp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종합하면 이제 9월부터 두 차례 인하만 기대하는 것이죠.
금리는 그야말로 폭등했습니다. CPI 데이터가 나오자 뉴욕 채권 시장에서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35%에서 4.5%까지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기준금리를 좇는 2년물은 4.72%에서 4.97%까지 20bp 넘게 뛰었고요. 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higher for longer)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채권 매물이 쏟아진 것입니다.
통화정책 영향을 받는 달러화는 모든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였습니다. 일본 엔화의 경우 순식간에 1달러당 152엔이 무너졌습니다. 153엔대에 근접하며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뒤로 밀린 금리 인하


월가는 일제히 금리 인하 기대를 뒤로 미뤘습니다.

웰스파고는 "3월 CPI는 다시 한번 너무 뜨거워서 편안할 수 없는 데이터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 비둘기파를 방어적으로 만들고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라는 매파에 더 많은 탄약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1분기 근원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올해 내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과정은 점진적일 것이다. 주거비 디스인플레이션은 소음은 있지만 진행 중이며, 자동차 가격 하락은 결국 보험/수리 등 관련 서비스 인플레이션에 하향 압력을 가할 것이다. 노동시장 수급 개선으로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어 서비스 인플레이션도 점차 낮아질 것이다. 예상대로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둔화해도 FOMC는 견고한 노동시장 및 완화적 금융여건으로 인해 추가 데이터를 기다릴 시간이 충분하다. 우리는 6월부터 네 차례 인하할 것으로 봤지만, 이제 3분기부터 두 차례(분기별)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6월부터 세 차례 인하를 예상해온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첫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6월에서 7월로 늦춘다. 그리고 매 분기 한 차례 인하를 예상한다. 즉 올해는 7월, 11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라고 밝혔습니다. UBS는 오는 9월부터 두 차례 인하하리라 전망을 바꿨고요. 바클레이스는 올해 연말 한 번만의 금리 인하만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금으로선 6월 첫 인하 전망을 고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올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리한 기저효과로 인해 Fed가 금리 인하 주기의 시작을 올해 12월이나 내년 3월로 연기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적끈적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이해해야 할 핵심 요인은 이들 영역 중 상당수가 금리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Fed가 기준금리라는 무딘 도구를 통해 이런 분야의 물가를 낮추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금리 인하는 연말이나 그 이후로 미뤄질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선 Fed가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다음 금리 움직임이 하향이 아닌 상향이 될 가능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될 가능성을 15~25%로 제시했습니다. 서머스는 "지금 당장은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 현재 데이터로 볼 때 6월에 금리를 인하하면 Fed가 2021년 여름에 저지른 실수에 비견할 만큼 위험하고 심각한 실수가 될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Fed는 2021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며 금리 인상을 미뤘었지요.

BMO도 "3월 CPI 보고서는 인플레이션과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달갑지 않은 메시지다. 제약적 통화정책은 아직 제 역할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했다. Fed는 인플레이션의 고동치는 심장에 못을 박기 위해 더 많은 조치(인상)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나 희망은 3월 CPI가 예상보다 높았지만, Fed의 물가 벤치마크인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그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CPI를 높인 핵심 요인인 주거비는 PCE 물가에서 비중이 절반으로 떨어지고요. 의료비(0.5%)와 자동차 보험료(2.6%)는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PCE를 계산할 때는 보험사가 낸 비용까지 따지죠. 그래서 내일 3월 생산자물가(PPI)를 봐야 합니다.

모건스탠리는 "근원 CPI의 놀라운 상승은 Fed가 6월 인하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라면서도 내일 PPI 데이터를 보고 현재 6월 첫 인하 예측을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CPI를 근거로 3월 근원 PCE 물가를 추정하면 전월 대비 0.31% 상승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내일 이를 업데이트하겠다는 것이죠. 근원 PCE 물가 0.31% 상승은 2월 0.26%보다 가속하는 것이지만, 3월 근원 CPI 상승률 0.36%만큼은 높지 않습니다.

웰스파고도 "PCE 물가는 의료비 및 자동차 보험료에 대한 측정 방식이 다르므로 3월에 급상승할 가능성은 작다. 현재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PCE 물가(슈퍼 코어)는 3월에 0.4%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지만 내일 3월 PPI를 통해 더 자세한 그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PI가 나오면 경제 성장, 인플레이션 및 금리 전망을 구체화해서 내놓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우 "의료비 및 자동차 보험료 급증이 PCE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없다"라며 3월 근원 PCE 물가가 0.2%에 가까우리라 추정합니다. 하지만 3월 CPI에서 0.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된 항공료도 PCE에서 계산 방법이 다릅니다. CPI 데이터가 아닌 PPI를 기준으로 집계하지요. 골드만삭스의 경우 CPI 데이터를 기반으로 0.29%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는 오는 26일 3월 PCE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에버코어 ISI는 머리가 복잡합니다. 에버코어는 "1, 2월 데이터에 차분히 반응했던 Fed는 세 번 연속 이어진 나쁜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제 계절 효과를 탓하기 어렵다. 다만 Fed가 선호하는 PCE 데이터는 CPI보다 다소 낮을 것이다. 3월 PPI에 따라 근원 수치는 높은 0.2%대 상승에 머무를 수 있다. 그건 4월 인플레이션이 둔화한다면 6월 인하를 가능케 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 상황에서는 데이터가 6월 인하의 반대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우리는 6월부터 세 차례 인하의 대안으로 6월 점도표에서 인하 신호를 보내고 7월부터 내리는 사례를 생각한다. 그러나 4월 인플레이션도 다소 뜨겁다면 (추가 인상은 여전히 멀지만) 올해 말 한 두 번 인하로 밀릴 위험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증시를 흔들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에버코어는 "Fed가 '중간 주기 조정'(mid-cycle adjustment)을 통해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금리 인하를 한번 시작하면 계속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사이클 주기 중간에 필요한 만큼 금리를 약간 조정한 뒤 지켜보는 방식이죠.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중간 주기 조정을 시작하려면 Fed는 경제의 명백한 약점이나 (2023년 하반기에 일반적이었던) 더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봐야 한다. 올해 들어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는 둘 다 없다. 금리 인하는 미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재무부는 오늘 같은 날 하필이면 390억 달러 규모 국채 10년물 경매를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역시 좋지 않았고요. 발행 금리는 4.560%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 4.529%보다 3.1bp나 높게 형성됐습니다. 사상 세 번째로 큰 금리 차(tail)입니다. 응찰률이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2.336배까지 떨어진 탓입니다. 최근 6회 경매 평균 2.49배에 크게 미달합니다.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가 61.8%(이전 6회 평균 65.9%)까지 하락했지요. 이에 따라 딜러들은 무려 24%의 발행 물량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경매 결과는 10년물 수익률을 6bp가량 더 치솟게 했습니다. 결국, 오후 4시께 10년물은 전날보다 18.2bp 오른 4.548%, 2년물은 22.2bp 상승한 4.969%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 수익률은 이제 기준금리(5.375%)와 50bp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몇 주 동안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금리가 올랐지만, 아직 상승 여지가 더 많다. 10년물이 4.5% 이상으로 움직이면 위험자산은 금리에 민감하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위험자산은 Fed가 무시했기 때문에 높은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대해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클리어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제프 슐츠 전략가는 "3월 CPI는 6월 첫 번째 금리 인하 가능성을 테이블에서 제거하고 7월 혹은 9월 인하 확률을 반반 정도로 밀어냈다. 또 10년물 수익률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이는 주가 밸류에이션을 떨어뜨려 광범위한 주식 시장에도 함께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후 2시에는 3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됐습니다. FOMC는 회의록을 통해 "거의 모든 FOMC 구성원이 올해 금리를 낮춰야 할 필요성에 동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금리를 내리기 전에 인플레이션의 지속 가능한 목표 달성 경로에 대해 더 큰 "신뢰"가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불행히도 오늘 그런 신뢰는 강화되기보다 약화했지요. 또 회의록에서는 양적 긴축(QT)과 관련해 2017∼2019년 QT 당시 경험을 고려할 때 추가 대차대조표 축소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취하는 게 적절하다고 대체로 평가했습니다. 대다수 위원은 자산매각 속도를 조만간(fairly soon) 늦추기 시작하는 게 신중하리라 판단했다고 적었습니다. 또 모기지 증권보다는 국채를 통해 속도를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국채 감축 속도를 늦추겠다는 뜻입니다.

이에 대해 윤제성 뉴욕생명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가 더 올라가면 올해 대선을 앞둔 미 정부(재무부)가 5~10월 국채 매입(buybacks)을 통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출 것이란 얘기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재무부는 지난해 말 올해 국채 매입을 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Fed가 오는 5월부터 QT 속도, 특히 국채 매각 속도를 낮추는 것도 채권 금리 안정을 위한 조치의 일부로 봤습니다. 윤 CIO는 그러나 그런 조치를 통해 금리를 낮추는 것은 일시적 효과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막대한 재정 지출로 인한 국채 대량 공급,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 때문이지요.
달러도 강세를 지속했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0.97% 오른 105.16을 기록했습니다. 하루 상승률로는 2023년 3월 이후 가장 높았고요. 지수 수준은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습니다. 달러 강세에는 오늘 캐나다 중앙은행, 내일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금리는 5%로 동결했지만, 성명서에서 앞으로 몇 달간 정책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캐나다나 유럽의 인플레이션은 미국과 달리 꺾이고 있지요. 이들이 먼저 금리를 인하한다면 달러 강세가 더 거세질 수 있습니다. 또 미국 금리는 오르고, 유럽 금리가 내려갈 수 있고요. 한 채권 트레이더는 "미국 채권을 팔아 금리 하락이 확실한 유럽 채권으로 바꿔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장중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전해지면서 유가도 급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15% 오른 배럴당 86.2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3거래일 만에 반등입니다. 브렌트유는 다시 90달러대로 올라갔습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대사관과 영사관은 그 나라의 영토다. 그들(이스라엘)이 우리 영사관을 공격했다는 것은 곧 우리 영토를 공격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또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데이터에서 원유 재고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유가 상승세가 제한됐습니다.

1% 하락한 증시…잘 버틴 이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1~1.2%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장중 마이너스권을 유지했습니다. 장 막판 하락 폭을 소폭 회복하면서 장 출발 때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1.09% 내렸고 S&P500 지수는 0.95%, 나스닥은 0.84% 하락했습니다.

▲금융(-1.5%) ▲부동산(-4.1%) ▲유틸리티(-1.73%) 등 금리에 민감한 부문이 하락세를 주도했습니다. 금리 우려가 커진 금융 업종에서는 씨티그룹 주가는 2.4% 하락했고 JP모건(-0.85%), 뱅크오브아메리카(-2.86%)도 큰 폭으로 내렸습니다. KBW 지역은행지수(KRX)는 4.96% 폭락하며 작년 11월 말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요.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2.52% 하락하면서 두 달 만에 처음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밀렸음에도 오늘 S&P500 지수는 잘 버틴 편입니다.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분석됩니다.

먼저 Fed의 벤치마크인 3월 근원 PCE 물가는 CPI 물가만큼 높지는 않을 것이란 추정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는 내일 아침 발표되는 3월 PPI를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서비스업 조사에서 지불가격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월가는 PPI도 2월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3월 PPI는 2월보다 0.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근원 PPI는 0.2% 상승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월에는 헤드라인 및 근원 PPI가 각각 0.3%, 0.6% 상승했습니다.

두 번째, 경제가 잘 버틴다면 금리 인하 없이도 주가의 펀더멘털인 기업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주식은 기업실적과 실업률을 낮게 유지할 만큼 강한 경제로 인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오늘 아침 델타항공(-2.28%)은 여행 수요 부활에 힘입어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126억 달러로 예상 125억 달러를 넘었고 순이익은 2억8800만 달러로 월가 추정 2억3500만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CEO는 "실제 강력한 수요를 보고 있다. 그 모멘텀은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핵심 소비자는 건강한 위치에 있으며 여행은 여전히 최우선 구매 우선순위로 남아 있다. 비즈니스 여행 수요는 작년에 이어 10%대 중반으로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또 다른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이런 수요 강세를 종합하면 제가 항공 경력에서 본 것 중 가장 건설적 배경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TSMC(0.6%)도 3분기 매출이 AI 칩 수요 덕분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AI로 인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죠.

기업 어닝이 시장을 받쳐줄지 여부는 오는 12일 시작되는 1분기 어닝시즌에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월가가 3~4% 이익 성장을 기대하는 가운데, 도이치뱅크는 오늘 S&P500 기업들의 1분기 이익이 10% 증가하리라 전망했습니다. 씨티그룹은 1분기에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이 하향 조정보다 더 많았다고 분석했고요. 1분기 미국 경제가 2.5%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기업 이익은 괜찮은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인지 1분기 들어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계속 높게 나왔지만, S&P 500지수는 올해 들어 오늘까지 8%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4월 15일 세금 납부 마감을 앞두고 미 국세청(IRS)은 올해 세금 환급액이 평균 3050달러로 작년보다 5%가량 증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정부가 면세 한도를 높이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표준 공제액을 거의 7% 늘린 덕분이죠. 이는 저소득층의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DA데이비슨은 "늘어난 세금 환급은 1분기 소매 판매에 도움이 될 것이며 2분기 초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Fed가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높게 유지한다면 경제는 압박을 느끼게 되겠죠.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CIO는 " 높은 금리는 경제의 주요 부문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비자 지출에 부담을 주고 상업용 부동산 및 지역 은행과 같이 이미 취약한 부문에 추가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기록적 부채 더미 속에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미 재무부는 말할 것도 없고, 현금이 부족한 벤처 기업들도 많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세 번째, 6월 FOMC(6월 11~12일) 결정 이전에는 아직 많은 인플레이션 데이터 발표가 남아 있습니다. ▲3월 PCE 물가(4월 26일) ▲4월 CPI(5월 15일) ▲4월 PCE(5월 31일) ▲5월 CPI(6월 12일) 등입니다.

만약 주가가 단기 조정에 들어간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통상은 빅테크, 대형주가 다시 부각될 것이란 주장이 많습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경기가 둔화하고, 결국 침체에 들어갈 위험이 커지니까요.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고공 행진해온 기술주에서 일부 이익을 실현해 더 저렴한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많이 오른 기술주가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믿고 에너지 및 일본 주식과 같은 분야를 선호한다는 겁니다. 고금리에 대한 민감성 때문에 소형주뿐만 아니라 유틸리티와 리츠(REIT)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합니다. 다만 일부 소형주는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인해 매력적이며 일부는 급성장하는 AI 기업의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 궤도에 진입했지만, 그 궤도를 바꿀 수 있는 위험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