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는 미 중앙은행(Fed)이 5월에 기준금리를 25bp 추가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퍼졌습니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도 커졌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① 충분히 나쁘지 않은 고용
지난 7일 발표된 미국의 3월 고용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과 비슷했고, 월가의 긍정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노동시장을 식히려는 Fed에게 괜찮은 노동시장은 '추가 긴축'을 의미하겠지요. 3월 신규고용은 23만6000개 늘어 월가 예상 23만 개를 살짝 웃돌았습니다. 지난 2월(32만6000개)보다는 줄었지만, 팬데믹 이전에 비해선 여전히 많습니다. 1분기(90일)로 따지면 10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생겼지요. 3월 실업률은 3.5%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낮아졌고,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올랐습니다. 예상과 비슷합니다. 전년 대비로는 4.2% 증가해 2월 4.6%보다 내려갔습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62.5%로 살짝 올랐습니다.
월가는 지난주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하락,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 증가 등으로 3월 신규고용 수치가 20만 개 이하가 나올 수 있다고 봤는데 예상보다 나았습니다. 실업률이 하락한 것도 오름세인 고용시장이 지속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사실 실업률 조사의 근거가 된 가계조사에서는 새로 일자리를 찾은 사람이 57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요.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노동시장 둔화를 가리키는 여러 지표 이후 발표된 3월 고용보고서는 고용이 생각만큼 빠르게 식지 않고 있음을 나타냈다. 시장의 예상에 부응했지만 많은 이들이 더 부드러운 수치를 기대했기 때문에 시장 기대를 상회한 것으로 느껴진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 임금상승률 하락(전년 대비) 등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완화되는 모습으로 평가됐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 워치 시장에서는 5월 25bp 인상 베팅이 70%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일주일 전 57% 수준보다 상당 폭 오른 것입니다. 또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도 25bp가량 올라갔습니다. 한 번의 금리 인하 베팅이 철회된 것이죠.
JP모건은 "3월 고용은 예상에 부합한다. 노동시장은 점진적이고 통제된 방식으로 둔화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를 높일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 인상하고 6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으나 7월 이후 인상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신규취업자 전월 대비 감소, 임금상승률 감소 등 고용보고서 내용은 긍정적이었지만 노동시장이 매우 뜨거웠던 데에서 뜨거운 수준으로 바뀐 것"이라며 "여전히 Fed가 5월 회의에서 25bp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라고 관측했습니다. Fed는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버르투스 인베스트먼트의 조 테라노바 전략가는 "3월 고용 수치는 은행 불안이 나타나기 이전에 조사되어 나온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3월 고용보고서는 5월 2~3일 열리는 FOMC 이전에 나오는 마지막 고용보고서입니다. 4월 고용을 확인하기 전에 금리를 결정해야 하지요.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월 신규고용은 여전히 긍정적이었지만 3, 6, 12개월 이동평균인 34만5000개, 31만5000개, 34만5000개보다 훨씬 낮았다. 이번 고용과 함께 실업급여 청구나 ISM PMI 등을 보면 이번 3월 보고서가 고용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고 확연히 꺾이기 시작하는 것일 수 있다. 이를 포함한 포괄적인 경제 데이터도 미국 경제가 가시적 둔화기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Fed는 5월에 한 번 더 금리를 올리거나, 아니면 이미 마지막 금리 인상을 했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3월 고용보고서 자체는 연착륙을 가리킵니다. 골드만삭스는 "3월 고용은 연착륙의 가능성을 북돋우는 뉴스였다. 노동 수요는 계속해서 고통 없이 둔화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 공급은 팬데믹 때 감소했던 부분이 이제 다 회복되면서 임금상승 압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보고 Fed가 여전히 여전히 노동시장은 뜨겁고 물가 압력이 높다고 판단해 추가 긴축을 한다면 경착륙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건스탠리는 3월 고용지표와 12일 발표될 3월 소비자물가(CPI) 전망치(근원 CPI 전월 대비 0.39% 상승)에 기반에 5월 25bp 인상 전망을 유지하면서 "신규고용 증가 폭 축소가 이어지면서 올해 중반께 9만 개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언스트앤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후행지표인 고용보고서는 연착륙을 가리키고 있지만, 착륙의 경로는 좁고 짧아 보인다. 시장의 투자심리는 나빠지고 있고 노동시장의 둔화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② 현실화하는 은행 대출 축소
게다가 침체 걱정을 부추기는 보고서가 지난주 금요일 하나가 더 있었는데요. Fed가 발표한 상업은행 대차대조표(H8)입니다. 이 표를 보면 3월 29일까지 2주 동안 미국 상업은행들의 대출은 1050억 달러가 감소했는데요. 이는 1973년 Fed가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수치입니다. 25대 대형은행에서 235억 달러, 중소은행에서 736억 달러가 감소했습니다. 미국 내 영업 중인 외국은행에서도 75억 달러가 줄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엘런 젠트너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시스템 혼란이 앞으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지속해서 높일 것이다. 이는 더 긴축된 대출 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과 소비자가 돈을 빌리는 것이 더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 때 경제 성장에는 어려움이 생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예상보다 0.1%포인트 낮춰 0.3% 성장(4분기 기준)할 것으로 봤습니다. 또 내년 GDP 전망치는 0.2%포인트 감소한 1%로 낮췄습니다. 스트레노 리서치도 "무서운 대출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경제가 서서히 침체로 빠져들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은행 대출 중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353억 달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의 대출 조이기가 상업용 부동산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모건스탠리는 "2025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금액이 1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라면서 "이들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들에겐 재융자 문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③ 기업 실적도 둔화가…
기업 차원에서도 경기 둔화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 원이란 역대급 어닝쇼크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발표했지요. 메모리뿐만이 아닙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는 오늘 지난달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4%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TSMC의 월 매출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2019년 5월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는 IT 제품 수요가 크게 둔화했다는 징후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줄었습니다. 특히 애플의 개인용 컴퓨터 출하량은 41% 급감했습니다.
IT뿐만이 아닙니다. 테슬라는 지난 8일 모델 S와 모델 Y의 가격을 전달보다 5000달러 내렸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5번째 가격 인하입니다. 올해 전체로 따지면 모델 3는 11%, 모델 Y는 20%가 낮아졌습니다. 오늘 삼성전자의 감산 소식에 마이크론은 8.04%, 웨스턴 디지털은 8.22% 치솟았습니다. TSMC는 1.35% 내렸고 애플은 1.60%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0.3% 떨어졌습니다.
④ 인플레이션 기대 반등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오늘 발표한 3월 소비자 조사에서 1년(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4.7%(중간값)로 높아졌습니다. 2월의 4.2%에서 반등한 것으로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이 수치는 작년 6월에 6.8% 고점을 찍은 후 내려오다가 10월에 잠깐 반등했고 다시 내림세를 이어왔습니다. 3년(중기) 인플레이션 기대도 2.8%로 전달의 2.7%에서 0.1%포인트 올랐습니다. 다만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5%로 전달의 2.6%에서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내년 휘발유 가격이 2월 전망보다 약간 낮은 4.6%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식품은 지난달 조사보다 1.4%포인트 하락한 5.9%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주택가격은 1년 뒤 2.6% 오를 것으로 예상해 1년 전 조사 때 7.0% 상승보다 예측치를 대폭 낮췄지만, 여전히 계속 오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소비자의 대출(신용카드 포함)에 대한 접근성이 줄어들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1년 전보다 대출을 받기가 훨씬 또는 다소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58.2%로 2013년 6월 이후 가장 높아진 것입니다. 2월에는 55.7%였습니다.
이번 주 가장 큰 관심사는 12일 나올 3월 CPI입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률이 2월 6%에서 3월에 5.2%로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이죠. 하지만 근원 CPI 상승률은 5.6%로 2월(5.5%)보다 더 오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거비, 임금 상승세로 인해 근원 물가가 끈적끈적하게 버티면서 헤드라인 물가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월가는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을 0.4%로 보고 있는데요. 전월 0.5%보다 낮아지는 것이지만,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죠. 물가가 Fed의 목표인 2%로 되돌아가는 데 필요한 전월 대비 0.17% 증가세의 두 배 이상입니다. 웰스파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치솟은 지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전년 대비 CPI는 2월 6.0%에서 3월 5.1%로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근원 CPI의 또 다른 상승은 최근 인플레이션 추세가 거의 개선되지 않았음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4%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가 진행되면서 근원 인플레이션의 추가 둔화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주 CPI 발표에서 분명하게 나타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7일 3월 고용 발표 직후 당시 개장하고 있던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달러도 급등했지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국채 시장의 금리 상승세는 이어졌습니다. 오후 5시께 2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5.0bp 오른 4.016%, 10년물은 1.2bp 상승한 3.417%를 기록했습니다. 2년물 금리는 4월 들어 처음 4%대로 올라섰습니다.
달러 인덱스도 0.44% 올랐습니다. Fed의 추가 긴축 예상과 함께 일본은행(BOJ)의 우에다 가즈오 신임 총재가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게 엔화 약세, 달러 강세를 지원했습니다. 뉴욕 증시는 아침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은 1% 넘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오르락내리락하던 주요 지수는 오후 12시 30분 갑자기 치솟았습니다. 하락 폭을 회복하더니 장 막판까지 플러스권을 지켰습니다. 다우는 0.3%, S&P500 지수는 0.1% 상승했고 나스닥은 0.03%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후 12시 30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예금 유출로 흔들리던 은행들에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받고 막대한 돈을 빌려주던 연방주택대부은행(FHLB)의 대차대조표 통계가 나왔는데, 3월 마지막 주에 새로 빌려준 돈이 370억 달러에 그쳤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 2주 전 3040억 달러에서 급격히 감소한 것입니다. 여전히 늘어나고는 있지만, 부채 증가 속도가 급격히 둔화한 것은 은행 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는 초기 신호로 풀이됐습니다. 블룸버그는 "더는 많은 예금자가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풀이했습니다. 이 뉴스가 나온 직후 지수가 치솟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이어지는 우울한 뉴스에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상황에서 숏스퀴즈가 촉발된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집계하는 '가장 많이 공매도 된' 주식 바스켓은 3.5%나 폭등했습니다. FHLB 뉴스에 지역은행 주식도 대부분 올랐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우선주에 대한 배당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장 초반 하락했으나 0.9% 상승 마감했습니다.
실제 투자자들의 주식 포지션은 가볍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액티브 대형주 뮤추얼 펀드의 3분의 1만이 벤치마크를 상회했습니다. S&P500 지수가 1분기 7% 상승했고, 나스닥 종합 지수는 17% 상승했지요. 이는 2020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실적입니다. 작년에만 해도 대형주 뮤추얼 펀드의 57%가 벤치마크보다 앞섰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대형기술주를 줄이고 금융주와 에너지주를 사들인 게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에는 여전히 우울한 분석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더러운 12가지'(The Dirty Doze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와 시장에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신호가 12가지나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ISM의 제조업 PMI가 3월 46.3을 기록했는데, 지난 70년간 45 밑으로 떨어진 12번의 사례 중 11번 침체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PMI 조사의 신규 주문이 44.3으로 하락했는데, 이건 기업 주당순이익(EPS)의 감소를 뜻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채 2년과 10년물 수익률이 역전됐다가 역전 폭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것은 경기 침체로 Fed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떨어지는 유가와 세계 주택가격 등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가리키는 신호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5월 3일 Fed가 금리를 마지막으로 올릴 때 주식을 매각하라고 권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마지막 금리 인상은 주식에 부정적이라는 주장이죠.
모건스탠리의 앤드루 시츠 전략가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많은 투자자는 Fed의 금리 완화를 촉발한 약한 경제 성장이 미국 주식이 강세를 보일 좋은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역사적으로 저성장으로 Fed가 완화했던 기간은 주가 강세와 상관관계가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1989년 8월, 2001년 1월, 2007년 9월, 2022년 2월에 Fed는 성장 둔화를 이유로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돌아섰지만 모두 주식을 매수하기에는 매우 좋지 않은 시기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또 완화의 수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시장은 Fed가 향후 2년 동안 약 160bp 금리를 내릴 것으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1980년 이후 Fed가 150bp 이상 인하했던 사례 6번 중 5번 경기 침체가 생겼기 때문이었다는 겁니다. 시츠 전략가는 "수익률 곡선 역전, 예상되는 실적 감소, 높은 인플레이션, 빡빡한 노동시장, 원자재 가격 약세, 은행 대출 기준 강화 등 증시 위험에 대한 경고 신호가 많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요인들의 조합은 채권 대비 글로벌 주식의 열악한 환경을 가리켰다"라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