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과 유럽에서 번갈아 가며 은행 위기가 번졌습니다. 투자자들은 주말에도 뭔가 터지지 않을까 불안해했습니다. 지난 금요일(24일) 도이치뱅크의 주가가 뚜렷한 이유 없이 흔들렸던 원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사이 새로운 불안 요인은 불거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안도감으로 이어졌습니다.
27일(미 동부시간) 먼저 개장한 유럽 증시에서 도이치뱅크의 주가는 6.15% 반등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보도자료에서 예금자의 절반이 개인, 45%는 기업으로 구성되는 등 다각화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너진 실리콘밸리 은행(SVB)과는 다르다는 것이죠. BNP파리바 코메르츠뱅크 등도 2~3%씩 상승했습니다. 유럽 각국의 주요 지수는 1% 안팎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크레디스위스 위기를 촉발한 사우디국립은행의 아마르 알 쿠다이리 회장은 "개인적 이유로 이사회에서 사임한다"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월요일 새벽부터 퍼스트 시티즌스 은행이 붕괴된 실리콘밸리 은행 자산(예금, 대출, 점포 등)을 인수한다는 사실이 발표됐습니다. 미 예금보험공사(FDIC)가 20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대신 떠안기로 한 덕분입니다. 불룸버그는 미 금융당국이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B)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더 많은 시간 여유를 줄 수 있습니다. CNBC는 중소은행의 예금 유출이 최근 며칠 동안 둔화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필요하다면 재무부가 예금보험에 들지 않은 예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각한 위기가 다시 발생하면 예금보험 확대를 완전히 배제하진 않지만, 일방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퍼스트 시티즌스 은행 주가가 50% 폭등하는 등 지역은행 주가가 줄줄이 급등하면서 뉴욕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결국 퍼스트 시티즌스 은행은 53.7%, 퍼스트 리퍼블릭은 11.3% 급등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CMC마켓의 마이클 휴슨 전략가는 "금요일 매도 이후 약간의 안도 랠리다. 여전히 은행 부문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몇 주 만에 처음으로 주말에 부정적 헤드라인 뉴스가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전략가는 "신경이 쓰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의 금융당국 대응으로 상황이 훨씬 더 악화하는 것을 막았다. 다른 은행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는 한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 위기가 사그라드는 듯하자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등했습니다. 아침에 10bp가량 오르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0bp 넘게 치솟았습니다. 오후 5시께 2년물은 전장보다 22.6bp 오른 4.006%에 거래됐고, 10년물은 16.3bp 상승한 3.539%에 거래됐습니다. 오후 1시 재무부가 실시한 2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 부진으로 발행금리 3.954%가 당시 시장금리(3.927%)보다 2.7bp 높게 낙찰된 뒤 2년물 금리는 4%를 넘었습니다. 일부에선 지난주 숏스퀴즈에 급락했던 금리가 일부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 등뿐 아니라 기술적 요인으로 큰 폭 하락했던 것이어서 다시 급하게 되돌려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금리가 오르자 기술주, 빅테크 주가가 움츠러들었습니다. 애플은 1.23%, 알파벳 2.83% 마이크로소프트 1.49% 내렸습니다. 최근 은행 불안에 금리가 하락하자 고공 행진하던 모습과 사뭇 달랐습니다. 대신 급락했던 금융주(+1.3%)와 에너지주(2.1%) 등이 크게 올랐습니다. 이는 주요 지수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금융주 등이 다수 포진된 다우 지수는 0.60%, S&P500 지수는 0.16% 올랐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47%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인테그리티 애셋의 조 길버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은행과 기술주 사이에서 밀고 당기고 있다. 은행이 반등하면서 지난 2주 동안 시장을 지탱했던 기술주에서 많은 자금이 유출됐다. 표면 아래에서 많은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금리의 재상승은 기술주에 찬물을 끼얹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엔비디아가 82% 올랐고 메타는 70%, 테슬라는 55% 상승했습니다. 1분기 중 나스닥 지수는 다우에 비해 15.59% 아웃퍼폼했는데, 이는 2001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그만큼 최근 기술주, 특히 빅테크 랠리가 상대적으로 강했던 것이죠. 데이터트랙 리서치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S&P500 지수가 3.4% 오른 것은 전적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엔비디아 4개 주식 덕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1분기가 올해 증시 고점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취약한 영역은 계속되는 투자 자금에 의존해온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은행 불안이 가시면서 경기 둔화 걱정이 감소하자 유가가 폭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5.13% 오른 배럴당 72.8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늘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일 이후 6개월 내 최대 수준입니다. 반면 지난주 한때 1온스당 2000달러를 넘기도 했던 '안전자산' 금은 1.5% 내려 1952.40을 기록했습니다.
은행 관련 불안은 약간 누그러졌지만 모든 사태가 진정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장 막판 주가 상승세가 확연히 줄어든 이유겠지요. ANM암로의 주스트 뷰몬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거대한 회복은 아니다. 전반적 정서는 여전히 약하고 투자자들은 은행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이치뱅크 발표 자료를 보면 상업용 부동산이 5260억 달러 대출 중 7%를 차지합니다. 그중 절반이 미국 관련 자산입니다. 또 미국 지역은행 사태의 중심에 있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관련 해결책도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에릭 로젠그린 전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지역은행들은 여전히 5가지 역풍에 처해있다"라면서 ① 단기 금리보다 훨씬 낮은 수익률을 가진 채권 보유 ② 대형은행으로의 예금 유출 ③ 상업용 부동산(사무용 빌딩)과 연계된 부실자산 증가 가능성 ④ 예금보험 확대 등 각종 규제 확대 ⑤ 잠재적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을 제시했습니다. 자금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이 없었습니다. 3월 정크본드 시장도 한산해졌고, 지난 2주 이상 뉴욕 증시에 새로 상장한 기업이 없습니다. 아폴로 글로벌은 "자본시장은 실리콘밸리 은행 붕괴 이후 여전히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증시와 채권시장이 은행 사태와 경제, 시장을 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려 있습니다.
오늘 2년물 금리가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금리(4.75~5%)보다 크게 낮습니다. Fed가 기준금리를 이미 다 올렸고, 하반기에는 내릴 것으로 보는 것이지요.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을 보면 5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45%에 그치고 있고 7월부터 금리를 내려 연말이면 기준금리가 4~4.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은행 불안 이전인 이달 초만 해도 최종금리가 5.8%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었지요.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최근 최악의 금리 하락은 투자자들이 Fed가 올해 후반에 경제 침체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하리라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브렛 넬슨 전술적 자산 배분 책임자는 "중소은행의 대출 기준 강화로 인해 올해 GDP 성장률이 약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고, 이는 기준금리 약 25~50bp에 해당하는 긴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추정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앞으로 경제가 계속 악화할 것으로 추론하는 것은 매우 논리적이다. 경기 침체 예상을 유지한다. 몇 달 안에 하강이 올 수 있다"라면서 "Fed가 올해 몇 번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들은 항복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가 만약 5월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장단기 금리 차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는 "은행 시스템의 유동성을 더 크게 위축시키고 미실현 증권손실이 커지면서 더 많은 문제를 만들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그만큼 침체 확률을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S&P500 지수는 은행 위기가 시작되기 직전보다 약 2~3% 하락했다. GDP 성장의 완만한 하락(0.5%포인트)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좀 길게 봐도 일반적 경기 침체기에 주가는 평균 30% 하락하는데, 현재 S&P500 지수는 고점 대비 약 17% 떨어졌다. 그것은 경기 침체 확률을 약 반반 정도로 반영하고 있음을 암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넬슨 책임자는 "미국 중소은행 난기류는 경제를 둔화시키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지만 주식과 채권시장은 미국이 경착륙할 것인지에 대해 서로 다른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역은행 대출 조이기가 상업용 부동산 폭락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시각은 엇갈립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역사적으로 부동산, 특히 주택 문제는 위기의 핵심 요인이었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경우 은행에서 가계로, 금융 시스템에서 실물 경제로 부실이 확산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은 매우 다양하여 사무실부터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괄한다는 것이죠. 쇼핑몰 등은 쇠퇴하고 사무실 건물은 팬데믹으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지만, 반면 산업용 창고 등은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혜택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소은행들이 돈줄을 조이면 부동산 가치 하락 압력을 가중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위험은 15년 전인 2008년과 매우 다르며 실물 경제에 미치는 피해는 훨씬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JP모건도 이번 사태는 시장과 경제 전망에 부정적이지만, "지금은 2008년이 아니다"라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① 금융당국은 은행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으며, 도드 프랭크법 등 강한 규제로 인해 대형은행들은 2008년보다 훨씬 더 건전하다는 것입니다.
② 미국 경제는 2008년과 훨씬 다른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2008년엔 실업이 급증하고 있었고 주택은 전체의 15%가 비어있을 만큼 엄청난 공급 과잉이 있었습니다. 가계와 기업의 재무 상태도 훨씬 약했죠. 모기지 부채는 GDP의 65%에 달했습니다. 지금은 45% 수준이며, 주택 재고도 역사적으로 적은 수준입니다.
③ 문제의 크기나 강도가 훨씬 작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 시그니처 은행 등 망한 은행은 2008년 파산한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AIG 등보다 훨씬 덜 중요하고 적습니다. 특히 2008년에는 문제의 근원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 채권을 모든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어 시스템적 위기로 번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채, 즉 최우량 자산의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전염 규모와 잠재력이 2008년보다 훨씬 작다는 것입니다.
JP모건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되던 2008년 3월 베어스턴스 붕괴 이후 미 달러는 12개월 동안 25% 급등했지만, 이번에는 은행 불안이 커지는 와중에도 달러는 하락했다. 이는 보다 낙관적 유동성 환경을 나타낸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기본 시나리오는 강화된 대출 기준이 경제에 역풍이라는 것이다. 이건 경제를 침체에 빠트리는 허리케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12개월 경기 침체 가능성을 최근 25%에서 35%로 높였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월가의 한 관계자는 "이제 Fed의 금리 인상은 끝났고, 경기 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도 사실상 끝났다"라면서 "금리가 떨어진다면 상업용 부동산 문제도 위기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여전히 비관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동안 기업 이익 감소가 다시 주식 시장을 10월 저점 아래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은행 사태는 기업 이익 감소를 부추길 것으로 봤습니다. 윌슨은 "월가의 기업 이익에 대한 컨센서스 추정치는 여전히 강력한 수익성 회복을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주간의 사건으로 인해 이런 이익 추정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더 명백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약세장은 더 무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이벤트로 끝난다. 우리는 최근의 은행 스트레스와 대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보면 증시는 이를 더 적절하게 가격에 책정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채권시장은 최근 은행 혼란이 이 주기의 끝의 시작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 곡선의 역전 폭은 며칠 만에 60bp나 가팔라졌다. 중요한 것은 채권시장이 Fed의 점도표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거래되는 게 기억할 수 있는 한 거의 처음이라는 것이다. Fed의 지침을 무시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중요하다. 이제 주식 시장도 이런 위험을 반영해야할 차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습니다.
27일(미 동부시간) 먼저 개장한 유럽 증시에서 도이치뱅크의 주가는 6.15% 반등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보도자료에서 예금자의 절반이 개인, 45%는 기업으로 구성되는 등 다각화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너진 실리콘밸리 은행(SVB)과는 다르다는 것이죠. BNP파리바 코메르츠뱅크 등도 2~3%씩 상승했습니다. 유럽 각국의 주요 지수는 1% 안팎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크레디스위스 위기를 촉발한 사우디국립은행의 아마르 알 쿠다이리 회장은 "개인적 이유로 이사회에서 사임한다"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월요일 새벽부터 퍼스트 시티즌스 은행이 붕괴된 실리콘밸리 은행 자산(예금, 대출, 점포 등)을 인수한다는 사실이 발표됐습니다. 미 예금보험공사(FDIC)가 20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대신 떠안기로 한 덕분입니다. 불룸버그는 미 금융당국이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B)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더 많은 시간 여유를 줄 수 있습니다. CNBC는 중소은행의 예금 유출이 최근 며칠 동안 둔화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필요하다면 재무부가 예금보험에 들지 않은 예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각한 위기가 다시 발생하면 예금보험 확대를 완전히 배제하진 않지만, 일방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앞으로 경제가 계속 악화할 것으로 추론하는 것은 매우 논리적이다. 경기 침체 예상을 유지한다. 몇 달 안에 하강이 올 수 있다"라면서 "Fed가 올해 몇 번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들은 항복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Fed가 만약 5월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장단기 금리 차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는 "은행 시스템의 유동성을 더 크게 위축시키고 미실현 증권손실이 커지면서 더 많은 문제를 만들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그만큼 침체 확률을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S&P500 지수는 은행 위기가 시작되기 직전보다 약 2~3% 하락했다. GDP 성장의 완만한 하락(0.5%포인트)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좀 길게 봐도 일반적 경기 침체기에 주가는 평균 30% 하락하는데, 현재 S&P500 지수는 고점 대비 약 17% 떨어졌다. 그것은 경기 침체 확률을 약 반반 정도로 반영하고 있음을 암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넬슨 책임자는 "미국 중소은행 난기류는 경제를 둔화시키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지만 주식과 채권시장은 미국이 경착륙할 것인지에 대해 서로 다른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역사적으로 부동산, 특히 주택 문제는 위기의 핵심 요인이었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경우 은행에서 가계로, 금융 시스템에서 실물 경제로 부실이 확산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시장은 매우 다양하여 사무실부터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괄한다는 것이죠. 쇼핑몰 등은 쇠퇴하고 사무실 건물은 팬데믹으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지만, 반면 산업용 창고 등은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혜택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소은행들이 돈줄을 조이면 부동산 가치 하락 압력을 가중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위험은 15년 전인 2008년과 매우 다르며 실물 경제에 미치는 피해는 훨씬 적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JP모건도 이번 사태는 시장과 경제 전망에 부정적이지만, "지금은 2008년이 아니다"라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② 미국 경제는 2008년과 훨씬 다른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2008년엔 실업이 급증하고 있었고 주택은 전체의 15%가 비어있을 만큼 엄청난 공급 과잉이 있었습니다. 가계와 기업의 재무 상태도 훨씬 약했죠. 모기지 부채는 GDP의 65%에 달했습니다. 지금은 45% 수준이며, 주택 재고도 역사적으로 적은 수준입니다.
③ 문제의 크기나 강도가 훨씬 작습니다. 실리콘밸리 은행, 시그니처 은행 등 망한 은행은 2008년 파산한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AIG 등보다 훨씬 덜 중요하고 적습니다. 특히 2008년에는 문제의 근원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 채권을 모든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어 시스템적 위기로 번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채, 즉 최우량 자산의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전염 규모와 잠재력이 2008년보다 훨씬 작다는 것입니다.
JP모건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되던 2008년 3월 베어스턴스 붕괴 이후 미 달러는 12개월 동안 25% 급등했지만, 이번에는 은행 불안이 커지는 와중에도 달러는 하락했다. 이는 보다 낙관적 유동성 환경을 나타낸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기본 시나리오는 강화된 대출 기준이 경제에 역풍이라는 것이다. 이건 경제를 침체에 빠트리는 허리케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는 12개월 경기 침체 가능성을 최근 25%에서 35%로 높였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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