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분석

젠슨 황 "AI 티핑포인트"…엔비디아 실적 나오자 폭등

해외선물 전문 정실장 2024. 2. 22. 09:27

 

<2월 21일 수요일>

 
 
장 마감 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둔 21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아침부터 경계감이 나타났습니다.
전날 저녁 실적을 발표한 사이버 보안 회사 팰러앨토 네트웍스가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뒤 시간 외 거래에서 20%대 폭락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팰러앨토는 인공지능(AI) 테마주의 하나로 주가가 급등한 회사 중 하나이지요. 지난 1년간 주가가 거의 두 배 올랐죠.
2024회계연도 2분기(23.11~24.1)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19억8000만 달러로 예상(19억7000만 달러)을 웃돌았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46달러로 예상치 1.3달러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계연도 매출 가이던스를 애초 81억5000만~82억 달러에서 79억5000만~80억 달러로, (고객)청구액 가이던스를 107억~108억 달러에서 101억~102억 달러로 하향 조정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니케시 아로라 CEO는 “성장 가속화를 위한 플랫폼 통합 전략 등에 따른 영향을 반영했다”라고 가이던스를 낮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즉 수요 변화가 아니라 자기들의 전략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월가는 그런 설명보다 아로라 CEO가 언급한 "고객들이 사이버 보안에 대한 '지출 피로'(spending fatigue)에 직면하고 있다"라는 말에 더 크게 반응했습니다. 아로라 CEO는 "고객들이 새로운 제품을 더 추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나은 보안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 증시 개장과 함께 팰러앨토 주식은 26% 폭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락 폭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졌습니다. 결국, 28.44%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상장 이후 하루 최대 하락이죠. Z스케일러(-14.1%), 크라우드스트라이크(-9.68%) 등 동종업계 주식도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딥워터 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굉장히 크게 오른 주식들은 작은 실수에도 처벌을 받는다. 팰러앨토를 보라. 그들은 올해 매출 증가율을 이전 가이던스인 18~19% 성장에서 15~16% 성장으로 하향 조정했다가 오늘 주식이 25% 넘게 폭락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230% 상승했고 시가총액은 5500억 달러에서 1.7조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이런 엔비디아가 조금이라도 가이던스를 낮추기라도 한다면? 투자자들은 약간 두려움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어제 4% 넘게 내린 엔비디아 주가도 종일 2~4%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2.85% 떨어진 채 정규장 거래를 마쳤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엔비디아 주식을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주식"이라고 불렀습니다. 스콧 럽너 매니징 디렉터는 "실적 기준은 매우 높고, 그렇게 높다는 건 큰 예상 상회가 예상된다는 뜻"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또 같은 데스크의 피터 캘러헌 트레이더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단기 정점을 찍는 계기가 될지, AI 트레이드가 다시 한번 돌파하는 순간이 될지 논쟁이 있다. 내가 있는 곳에서 보면 컨센서스는 전자에 더 많이 기울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에지웰스는 "엔비디아 주식은 폭발물처럼 거래되고 있다. 급증하는 콜옵션 거래에 따른 변동성은 나스닥 100지수의 변동성보다 2 표준편차 이상 높아진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긴장된 분위기는 종일 이어졌습니다.
인텔은 오늘 올 연말부터 파운드리 공장에서 1.8나노(㎚·10억분의 1m) 공정(18A)의 양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 애초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앞당겨졌습니다. 이대로라면 삼성전자와 TSMC를 앞지르는 것이죠. 이 공정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AI 칩을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인텔의 팻 겔싱어 CEO는 "인텔의 18A 칩은 TSMC의 처리 속도를 능가할 것"이라고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가장 앞선 고성능의 고품질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하다. 우리가 인텔과 함께 일하는 데 매우 흥분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소식이 나왔는데도 오늘 인텔(-2.36%)과 마이크로소프트(-0.15%) 주가 모두 하락했습니다.
아마존(+0.9%) 주식에도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S&P글로벌은 어제 26일부터 다우 지수 구성 종목에 월그린을 대신해 아마존을 편입한다고 발표했죠. 문제는 이렇게 다우에 편입된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이 그렇게 긍정적이지 못했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게 2020년 8월 엑슨모빌을 대신해 들어간 세일스포스입니다. 이후 어제까지 다우 지수는 44.8% 올랐는데 세일스포스 주가는 5.04%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다우에서 빠진 엑슨모빌은 그새 203.48%나 크게 올랐습니다. 게다가 아마존의 제프 베이저스 설립자는 계속해서 주식을 내다 팔고 있습니다. 베이저스는 이달에만 5000만 주를 팔아 85억 달러를 챙겼고, 내년 1월까지 5000만 주를 추가 매각할 수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장 마감 직전 매수세가 조금 들어오면서 다우와 S&P500 지수는 0.13%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만이 0.32%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작년 11월부터 미국 증시 랠리가 이어져 온 대표적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AI 붐, 특히 엔비디아의 끝 모를 질주였고, 또 하나는 미 중앙은행(Fed)의 조기 금리 인하였습니다. Fed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이제는 거의 희미해졌습니다.
오후 2시 공개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가 두드러졌습니다. "대부분(most) 회의 참가자들은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있어 '너무 빨리 움직일' 위험(Risks Of Easing Too Quickly)에 대해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해서 하락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들어오는 데이터를 신중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지 몇 명(only a couple)만이 지나치게 제약적인 정책과 관련된 위험을 강조했다"라고 기술했습니다. Fed 직원들의 경제 전망도 12월 FOMC 회의록 때보다 약간 더 강해졌습니다. 또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추가 진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에 어느 정도 무게를 두었습니다.
다행인 건 양적 긴축(QT)과 관련해선 진전된 언급이 나왔다는 것이죠. 회의록은 "참석자들은 대차대조표 감축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ON RRP(역레포) 사용량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축 속도를 늦추는 시점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라고 적었습니다. 3월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뜻입니다. 또 "일부 참석자들은 감축 속도를 늦추면 더 오랫동안 대차대조표 감축을 계속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Fed 회의록은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불안을 보여준다. 지난달 FOMC에서 단 두 명의 위원만이 너무 오랫동안 너무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의 위험성을 밝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FOMC 회의록은 위원들이 단기 통화정책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민, 생산성, BNPL(buy now pay later)를 포함한 다양한 거시적 주제에 대해 논의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 위원회는 다음 조치를 결정할 시간이 충분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UBS는 오늘 첫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예상을 5월에서 6월로 늦췄습니다. 또 올해 예상되는 금리 인하 폭도 75bp로 낮추고요. UBS는 "일자리와 인플레이션 모두에서 놀라운 강세를 고려할 때 Fed가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조금 더 기다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요인들 탓인지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3시 50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4bp 오른 4.319%, 2년물은 5bp 상승한 4.662%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오후 1시 국채 20년물 경매 결과가 나온 뒤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발행 금리가 4.595%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562%보다 무려 3.3bp나 높게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2020년 5월 20년물 발행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의 금리 차입니다. 응찰률이 2.39배로 지난 6회 입찰 평균 2.59배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그리고 오후 4시 20분 엔비디아의 4분기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발표된 수치들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매출 : 221억 달러 vs. 예상 204억1000억 달러
▷데이터센터 매출 : 184억 달러 vs. 예상 172억1000만 달러
▶총마진 : 76.7% vs. 예상 75.4%
▶영업이익(조정) : 147억5000만 달러 vs. 예상 131억4000만 달러
▶잉여현금흐름 : 112억2000만 달러 vs. 예상 108억2000만 달러
▶주당순이익(조정) 5.16달러 vs. 예상 4.60달러
전년 동기 대비로는 매출은 265%, 데이터센터 매출은 409% 증가했고 EPS는 765% 늘었습니다. 또 엔비디아는 1분기 매출이 현재 컨센서스 추정치보다 9.6% 높은 2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엔비디아가 밝힌 것 중 두 가지가 투자자 눈에 띄었습니다. 젠슨 황 CEO가 "가속 컴퓨팅과 생성 AI는 이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전환점)에 도달했다. 기업과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티핑포인트를 넘어가면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요.
엔비디아는 또 데이터센터 매출과 관련, 미국 정부의 라이센스를 받아야 하는 문제로 4분기 중국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전체적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7%안팎 급등하고 있습니다.
딥워터 매니지먼트의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서 단기, 장기 모두 긍정적인 포인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보다 9% 높았고, 투자자 일부가 기대하던 것보다도 5% 많았다. 이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00% 증가할 것임을 뜻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AI 성장 스토리는 살아있다. 사업은 중국 수출 제한 역풍을 뚫고 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AI 인프라 구축의 초기 단계이다. 지금은 하이퍼 스케일러(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와 스타트업이 AI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지만 이제 산업, 중공업, 국가들이 투자할 것이다. 이는 앞으로 몇 년간 긍정적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엔비디아는 대단한 기업임을 실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래서 주가도 크게 올랐습니다. 지금부터 AI에 투자한다면 어디를 보는 게 좋을까요.
모건스탠리는 AI 투자의 초점을 AI 인에이블러(Enablers)에서 AI 어답터(Adopters)로 전환될 때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AI 인에이블러는 엔비디아나 AMD,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과 같은 AI가 가능하도록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그리고 AI 어답터는 그런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써서 데이터를 가공해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을 말하고요 . 모건스탠리는 "AI가 주도하는 현재의 기술 변화는 이전의 어떤 기술 변화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3년은 인에이블러의 해였다면 2024년은 어답터의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모건스탠리는 "기업들의 AI 채택이 빠른 속도로 계속되면서 챗봇 뿐 아니라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또는 비디오의 조합을 수집하고 출력할 수 있는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모델은 음악 산업의 혁신, 맞춤형 미용 조언, 자율 주행 분야, 의료 분야의 머신 비전 등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이런 비기술 분야로의 AI 확산 속도는 정말 대단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증시에서는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는 못하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판단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들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세 개의 인에이블러 주식이 S&P500 지수 성과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여전히 각광받고 있지만 어답터 주식은 계속해서 그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추천하는 AI 어답터 기업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XP) △트레이드 데스크(TTD) △베이커휴즈(BKR) △JP모건(JPM) △소니그룹(SONY) △유나이티드헬스(UNH) △웰스파고(WFC) △슐럼버제이(SLB) 등입니다. 이들은 금융, 에너지,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선구적으로 AI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