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분석

QT도 곧 끝난다?…되살아난 '야성적 충동'

해외선물 전문 정실장 2024. 1. 9. 09:46

 

<1월 8일 월요일>
 
새해 들어 비틀대던 뉴욕 증시가 8일(미 동부시간) 지난 주말 사이에 발생한 뉴스로 인해 힘을 되찾았습니다. '야성적 충동'이 되살아나자 투자자들은 다시 매그니피선트 7(M7) 주식에 몰렸습니다. 엔비디아가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M7 주식은 올해 들어 하락 폭의 75%를 하루 만에 되찾았습니다.
주말 사이 발생해 오늘 시장에 영향을 준 뉴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양적 긴축(QT)의 끝?
댈러스 연방은행의 로리 로건 총재는 지난 6일 미국경제학회에서 "역레포 프로그램(ON RRP)의 잔액이 낮은 수준에 접근함에 따라 대차대조표 감축(QT) 속도를 늦춰야 한다"면서 "먼저 속도를 늦춘 다음 점진적으로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식으로 갑작스러운 중단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차대조표 감축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결정에 앞서 기술적 요인에 대한 논의를 '몇 주 안에'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은 2022년 6월부터 양적 긴축(QT)을 시작해 지금은 매달 950억 달러씩 보유 채권을 줄이고 있습니다. 9조 달러에 육박했던 대차대조표는 지난 3일 기준 7조6810억 달러로 약 1조3000억 달러가량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의 '잉여 유동성'을 대변하는 역레포 시장의 잔액이 작년 말 최고 2조5000억 달러에서 최근 600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하자 이런 QT의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오늘 역레포 시장에는 6914억 달러가 모였습니다.
이 발언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로건 총재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로건 총재는 2022년 5월 댈러스 연은 총재가 되기 전까지 뉴욕 연방은행 부총재로 근무하면서 10년간 공개시장조작을 직접 담당하던 사람입니다. 즉 Fed의 양적 완화(QE)와 QT를 실무적으로 담당한 것이죠.
Fed는 지난 2019년 8월 레포 금리가 급등하는 등 단기 자금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자 QT를 조기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 9월 다시 국채 매입, 즉 양적 완화(QE)를 시작했지요. 로건 총재는 역레포 잔액이 급감한다면 그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입니다.
물론 로건 총재의 말은 QT를 끝내자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차대조표를 좀 더 천천히 정상화하면 (시장 변동성에 따른) 갑작스러운 중단 가능성을 줄여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 대차대조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는 것이었지요.
어쨌든 로건의 발언은 "QT를 끝내라"라는 월가의 희망을 부추겼습니다. 사실 지난주 공개됐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도 "몇몇 참가자(로건 총재가 포함됐겠지요)가 은행준비금 잔액이 충분한 수준보다 다소 높을 때 대차대조표 감축 규모를 줄이고 그 뒤에 멈춰야 한다고 언급했다"라는 문구가 나와 시장이 주목했었습니다. JP모건의 마이크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QT 최종 단계에 대한 추가 지침이 곧 나올 것으로 봅니다. 그는 "12월 회의록에서 나타난 초기 논의를 고려할 때 이달 말 열리는 1월 FOMC에서 잠재적 대차대조표 축소 변경에 대한 더 완전한 논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가 3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QT 테이퍼링(규모 축소)을 동시에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여름께에는 QT를 아예 끝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바클레이스, TD증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버코어 ISI는 QT 테이퍼링을 올여름에 시작하고 연말께 완전히 종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6월부터 QT 테이퍼링이 시작될 것으로 봤으며, 모건스탠리는 오는 9월까지는 현재 속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QT 종료로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이 유지된다면 금리나 주가 변동성은 감소할 수 있습니다. 웰밍턴의 제임스 톤 전략가는 "QT 종료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고 시장의 기대 시점은 더 일찍, 여름으로 바뀌었다"라며 "QT 종료는 채권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고 금리 변동성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재무부는 연 1조7000억 달러가 넘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데 이들은 더 낮은 금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로건 총재의 흥미로운 발언은 QT가 축소되었다가 결국 중단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QT를 중단한다면 분명히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 유가 급락…가격 전쟁?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지난 7일 주력 상품인 아랍경질유의 2월 판매 가격(OSP)을 1월보다 배럴당 2달러 낮춰서 공시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 이후 2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인하 폭은 예상보다 컸습니다. 그동안 다른 지역 원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고수했던 사우디가 유가를 낮췄다는 건 본격적인 시장점유율 지키기에 나섰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미즈호의 얍 야거 에너지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미국의 기록적인 생산량과 이란과 러시아의 값싼 원유에 맞서 시장점유율을 방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분명히 그들은 약간 패닉 버튼을 누르고 있다. 유가를 할 수 있는 한 최소로 낮춰 시장점유율을 되찾으려는 것으로 가격 전쟁을 촉발한 2020년 상황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우디는 지난 2014년에도 미국의 셰일오일에 맞서 가격 전쟁에 나섰다가 유가를 붕괴시킨 적이 있습니다. 그해 초 배럴당 110달러에 달했던 브렌트유는 그해 말 50달러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12% 하락한 배럴당 70.7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되고 있지만, 시장은 그것보다 수요 둔화와 공급 증가 뉴스에 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오늘 일부 해운사가 홍해를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 후티 반군과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도 유가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유가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인플레이션 걱정은 사라집니다. 지난주 12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일자리가 21만6000개나 늘어난 것보다 시장이 걱정했던 것은 시간당 임금이 0.4% 올랐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오늘 아침 9시 12월 만하임 중고차 지수가 발표됐는데, 한 달 만에 0.5% 추가 하락해 전년 동기보다 7% 내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12월에 비하면 거의 21% 하락한 것입니다.
오전 11시 뉴욕 연은이 발표한 12월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팬데믹이 터진 뒤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1년 기대치는 한 달 전 3.4%에서 3%로 떨어졌고, 3년 전망은 3%에서 2.6%로 낮아졌습니다. 또 5년 전망은 2.7%에서 2.5%로 내려갔습니다. 소비자들의 식품 및 임대료에 대한 기대치도 떨어졌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많이 하락했으며 2% 목표에 도달하는 길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직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목표는 우리가 그 길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3분기에 첫 번째 금리 인하를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매파'로 꼽히던 미셸 보우먼 이사는 "지금 기준금리는 충분히 제약적이고 한동안 유지되면 인플레이션은 더욱 하락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우먼 이사는 계속해서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사람입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진전이 정체되거나 역전될 경우 향후 정책금리를 인상할 의향이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2%에 가까워지면 결국 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오늘도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올해 상반기에는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정체될 것으로 보이며, 주식은 과매수된 것처럼 보인다. 높아지는 지정학적 위험이 투자심리 위험 회피 전환 및 물류비 상승을 통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③ 셧다운 피하나
주말 사이 워싱턴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지도부가 2024년 회계연도 예산안 상한선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상한액을 1조6600억 달러로 정한 것입니다. 물론 공화당 내 강경파들을 설득해서 2주 이내에 연방정부 부분 폐쇄를 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찰스 슈왑의 마이클 타운샌드 정책 분석가는 "양당 합의는 수개월 동안의 교착상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발전이다. 합의된 상한선에 따라 하원과 상원 세출위원회는 기관별, 프로그램별 세부 사항을 정하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그러나 상하원이 마감일(1월 19일) 이전에 법안 초안을 작성하고 토론을 거쳐 통과시킬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정부 폐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QT 종료에 대한 희망, 유가 급락 속에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만하임 지수 발표, 소비자 인플레이션 기대가 발표될 때마다 추가 하락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3.966%까지 떨어졌습니다. 다만 오후장 들어 금리는 상당폭 반등했습니다. 결국, 오후 4시 50분께 1.3bp 내린 4.029%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1.9bp 하락한 4.372%를 기록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강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커진 QT 종료 희망과 금리 하락 속에 주가는 직선으로 상승했습니다. 지난 주말 비행 중인 737맥스 여객기의 비상문이 떨어져 나간 사고로 인해 보잉이 8% 폭락하면서 다우 지수를 끌어내렸지만, 오후 2시께 다우도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다우는 0.58% 올랐고 S&P500 지수는 1.41%, 나스닥은 2.2%나 치솟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QT가 종료되고 나서 곧 QE가 시작된 적이 많았다. QT만 중단되어도 현재 시장 유동성은 충분하고 자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LPL 파이낸셜의 애덤 턴퀴스트 전략가는 "지난주의 손실과 국채 10년물 수익률 하락 움직임이 결합하면서 투자자들은 기술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충분한 자신감을 느끼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엔비디아는 6.43% 치솟으며 522.53달러를 기록, 새로운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 참가한 엔비디아는 고급 그래픽카드(GPU) 'RTX 40 시리즈 슈퍼'를 발표했습니다. 게임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처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칩은 중국 수출 제한도 받지 않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알리바바 등 중국 고객들이 최근 다운그레이드된 AI 칩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별 영향이 없었습니다.
지난주 6.6% 급락했던 애플은 2.42% 반등했습니다. JP모건, 에버코어 ISI 등에서 저가 매수를 권했습니다. JP모건은 △애플의 주가 멀티플이 다른 하드웨어 회사와 달리 최근 몇 년간의 평균을 크게 웃돌지 않으며 △훨씬 더 나은 이익 성장이 설정되어 있어서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프리스가 "중국 내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올해 첫 주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라고 분석했지만, 주가 상승을 막지 못했습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임박했다는 뉴스가 쏟아진 것도 야성적 충동을 자극했습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결정은 수요일께 발표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앞두고 블랙록, 아크인베스트먼트 등이 수수료를 0.2~0.25%까지 낮추면서 ETF 사업자 간의 수수료 경쟁까지 촉발됐습니다.
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X(트위터)를 통해 "암호화폐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라며 세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⑴ 암호화폐 자산 투자/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연방 증권법을 포함한 해당 법률을 준수하지 않을 수 있다 ⑵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투자는 매우 위험할 수 있으며 변동성이 큰 경우가 많다 ⑶ 사기꾼들은 암호화폐 자산의 인기 상승을 계속 이용하여 소매 투자자를 사기로 유인하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이는 시장에서 현물 ETF 승인을 전제로 한 경고로 여겨졌습니다.
며칠째 조정을 받던 주가가 갑자기 큰 폭으로 반등했습니다. 주가 반등은 이어질까요?
오늘 UBS는 올해 S&P500 지수 목표치를 5000으로 높였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에서의 의미 있는 성과의 결합은 Fed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는 또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란 기본 시나리오에 더 큰 확신을 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전망은 대부분 가격에 반영되었지만 증시에서 수익률은 조금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6월과 12월 S&P500 목표 주가를 각각 4900, 5000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UBS는 "S&P500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 기업 이익의 증가가 주가 상승의 주요 동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2024년 S&P500 EPS 추정치를 전년 대비 9% 증가한 240달러, 내년 추정치는 6% 증가한 255달러로 제시했습니다. UBS는 "지난 2개월간 강한 상승세를 보인 이후 주가는 조정 기간에 들어가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조정을 주식에 대한 노출을 추가하기 위한 진입점으로 삼을 것"을 권했습니다.
UBS는 업사이드 시나리오로는 5300을 제시했습니다. △AI 영향이 확대되고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낫게 나타나며 △인플레이션은 금세 낮아지는 경우입니다. 다운사이드 시나리오로는 3700을 제시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오고 △인플레이션은 높게 유지되는 경우입니다. △지정학적인 위험이 커질 수도 있다고 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