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CPI)에 앞서 14일(미 동부시간) 발표된 4월 생산자물가(PPI)는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3월 데이터가 큰 폭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나 어느 정도 상쇄했고, 내용을 따져보면 지속적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도 많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등장한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PPI 보고서가 "혼재됐다"라고 평가했고, 계속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매우 낮다"라며 배제했습니다. 투자자들은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와도 인상 가능성은 없다는 보험을 얻게 됐습니다. 이는 주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 발표된 4월 PPI는 예상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4월 헤드라인 PPI는 전월 대비 0.5% 상승했습니다. 예상 0.3% 상승보다 높았습니다. 에너지와 음식물을 제외한 근원 PPI도 0.5% 올라서 월가 추정치 0.2% 상승보다 훨씬 높게 나왔습니다. 전년 대비 수치도 각각 2.2%와 3.1%로 나와서 3월보다 0.3%포인트씩 상승했습니다.
데이터 발표 직후 금리가 4bp가량 뛰고 주가지수 선물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금세 진정됐습니다. 세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 3월 데이터 대폭 하향 수정
3월 데이터는 원래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 각각 0.2%씩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었는데요. 이 수치가 각각 0.1% 감소한 것으로 낮춰졌습니다. 이렇게 분모가 감소하면서 4월 데이터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이죠. 모건스탠리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 매니징 디렉터는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운 데이터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정체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3월 데이터가 더 낮게 수정되었기 때문에 이 보고서는 처음 드러난 것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상승 요인은 일시적
또 세부 요인을 보니 헤드라인 물가 상승의 대부분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4월 PPI 상승의 거의 4분의 3은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만에 5.4% 인상된 데 따른 것이었죠. 또 서비스 물가가 작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0.6%나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가 한 달 만에 3.9%나 뛴 탓이었습니다. 4월 뉴욕 증시가 오르면서 자산 관리 수수료가 높아진 것이죠. 에너지, 포트폴리오 수수료 모두 지속적 물가 상승요인은 아닙니다. 그리고 무역서비스 가격이 0.8%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지난 3월 1.0% 하락한 데 따른 반등으로 추정됐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4월 PPI가 상승한 주된 이유는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가 한 달 만에 3.9%나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③ PCE 반영 요인은 둔화
게다가 CPI 및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에 반영되는 몇 가지 요소는 4월 완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식품 가격은 0.7% 하락했습니다. 거의 1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입니다. 항공 요금은 -3.8%로 마이너스로 전환했습니다. 의료비는 0.1% 내렸고, 자동차 보험료도 0.1% 상승에 그쳤습니다. 월가는 이제 모든 물가를 Fed의 인플레이션 벤치마크인 근원 PCE 물가에 맞춰 봅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실망스러운 4월 헤드라인 뒤에 숨은 희망은 근원 PCE 물가에 영향을 주는 많은 PPI 요소가 완만하게 상승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Fed가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 추정치와 관련해 PPI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주로 보는데, 그런 점에서 4월 PPI는 섞여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고무적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데이터는 아닙니다. 높게 나온 수치만큼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는 얘기지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생산의 모든 단계에서 중간 수요 가격이 견조하게 상승한 것은 PPI에 대한 계속된 상승 압력을 시사한다. Fed가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금리 인하를 미룰 것이라는 결정을 뒷받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게 섞여 있는 만큼 내일 CPI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4월 PPI는 예상을 상회하는 수치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PCE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구성 요소들은 혼재된 신호를 보냈다. 병원 및 요양 시설의 물가는 약 0.29%포인트, 0.06%포인트 가속화되었고 포트폴리오 관리 비용도 3.94%로 치솟았다. 반면 항공요금은 4월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의료기관 및 자동차 보험 비용도 전달보다 둔화했다. 이를 고려할 때, 4월 PPI의 근원 PCE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여는 약 0.05%포인트로 이전 달과 거의 같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수요일 발표될 CPI에서 인플레이션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치솟았던 채권 금리는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 수준의 소폭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일찍 발표된 전미중소기업연맹(NFIB)의 4월 중소기업 낙관지수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그림은 혼재되어 있었습니다. 응답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최우선 관심사이자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인상한 기업의 순 비율은 3월 7포인트 증가했다가 4월에는 다시 감소했습니다. 또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물러났습니다. NFIB 중소기업 낙관지수 자체는 4월 1.2포인트 상승한 89.7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마감했습니다. 월가 추정치 88.3보다 높았고요. 물론 역사적 평균치 98.1보다는 훨씬 낮습니다. 다음 3개월 동안의 판매 성장에 대한 전망이 덜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웰스파고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가격을 인상하는 기업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물가 압박이 심해지지 않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다. 이 조사 결과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천천히 가라앉을 것이라는 우리 견해를 뒷받침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오전 10시에 나와 상황을 싹 정리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네덜란드에서 열린 토론에서 "PPI가 몇 시간 전에 나왔는데, 상당히 혼재된 것으로 보인다. 헤드라인 수치는 높았지만, 과거 수치의 하향 수정이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반적 그림을 볼 때, 우리는 지난해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해 역사적으로 빠른 디스인플레이션이 있었다. 두 가지 힘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하나는 팬데믹과 관련된 공급 및 수요 충격이 정상화된 것이고 둘째는 제약적 통화정책이다. 질문은 미래에 인플레이션은 더 지속적일 것일까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동안 얻은 공급망 정상화에 따른 혜택은 더는 없고, 이제는 수요가 줄어들어야 한다. 이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그걸 알려면 1개 분기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책금리가 많은 측면에서 제약적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제약적일지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매우 낮을 수 있다. 나는 데이터의 토대로 이미 우리의 다음 움직임이 인상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으며, 현재 금리를 유지하는 곳에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지난번 마지막 발언 이후 파월 의장의 경제 전망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지는 않다"라면서 파월의 핵심 발언을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 전체 요약="우리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 통화정책이 엄격하다고 주장한다="많은 데이터에 따르면 정책금리는 제약적이다. 문제는 그것이 충분히 제약적인지 여부이며 이는 시간이 우리에게 말해줄 문제이다."
▶ 인플레이션에 대해=“우리는 인플레이션의 경로가 순조로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누가 예상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은 높게 나오고 있다. 이것이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제약적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놔둬야 한다는 것이다."
▶ 위험 관리 측면에서 인하 일정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다음과 같이 말했다="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파월 발언은 투자자들에게 안심 보험을 제공했습니다. 내일 CPI가 높게 나와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니까요. 사실 CPI가 높게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CPI가 전월보다 0.4%로 오를 것으로 봅니다. 이미 상당히 높아서 이보다 높게 나오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또 올해 1~3월 워낙 예상보다 뜨거운 인플레이션을 목격했기 때문에 콘센서스에만 부합해도 랠리를 부르기에 충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금리는 꾸준히 하락세를 유지했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오후 5시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6bp 내린 4.445%, 2년물도 3.6bp 하락한 4.821%에 거래됐습니다.
금리 하락은 증시 안정을 가져왔죠. 구글이 '연례 개발자 회의(I/O)'를 열고 생성 AI 제미나이를 탑재한 검색 엔진 출시를 발표하면서 빅테크 주가도 살아났습니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이용해 검색 결과를 빠르게 요약하고 관련 링크를 받을 수 있는 'AI 개요'를 내놓았고, 제미나이와 구글의 음성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도 소개했습니다. AI가 사람처럼 보고 들을 수 있고 음성으로 대화하면서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기능입니다. 다만 전날 오픈AI는 비슷한 GPT-4o를 발표하며 대부분 라이브 데모를 보여줬지만, 구글은 이미 녹화된 데모 영상을 틀어줬습니다. 알파벳의 주가는 장 초반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0.6%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맥쿼리는 "오픈AI는 결국 검색 분야로 옮겨갈 것으로 믿는다. 그렇게 되면 구글과 직접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구글과 함께 엔비디아(1.06%) 애플(0.62%) 마이크로소프트(0.69%) 등 빅테크들이 살아났습니다. 빅테크 투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이기도 합니다.
결국, 다우는 0.32% 올랐고, S&P500 지수는 0.48%, 나스닥은 0.75%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은 16511.18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고, S&P500 지수는 5,246.68로 최고 기록(5,254.35)에 8포인트 차이로 바짝 다가섰습니다.
대형 유통주 중 처음 실적을 공개한 홈디포는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1분기에 1년 전보다 2.3% 줄었습니다(예상 2.1% 감소). 팬데믹 때 폭증했던 리모델링 수요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상보다 약간 나은 주당순이익(EPS)을 신고했고, 올해 매출은 1% 증가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재확인했지만 0.13%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관세는 현재 25%에서 100%로 높아지고 ▲ 리튬이온 배터리 7.5%→25% ▲ 배터리 부품 7.5% → 25% ▲태양 전지 모듈 25%→50% ▲일부 철강과 알루미늄 0~7.5%→25%로 인상합니다. 또 반도체 관세도 내년까지 현재 25%에서 50%로 높입니다. 이에 테슬라(3.29%) 루시드(11.03%) 리비안(2.66%) 등 전기차 주식과 선노바(27.51%) 선파워(59.64%) 등 태양광 주식 등 청정에너지 관련주가 큰 폭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죠. 중국 상무부는 "즉각 잘못을 바로잡고 추가 관세를 취소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다만 관세가 인상되는 품목은 지난해 기준 수입 규모가 180억 달러로 적습니다. AP통신은 "새 관세는 18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상당히 상징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번 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이 심각한 보복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제부터 극성을 부린 밈주식들은 오늘도 시장을 카지노로 만들었습니다. 게임스탑은 59.8% 급등했고, AMC 엔터테인먼트는 30%대 상승했습니다. 월가에선 밈 주식의 부활이 증시 낙관론을 반영하는지, 아니면 더 넓은 시장에 대한 경고 신호인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찰스 슈왑은 "갑자기 밈주식이 살아난 것은 여전히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CPI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예상에 부합한다면 긍정적일 것이고, 예상보다 높게 나와도 아주 큰 충격은 주지 않으리라고 보는데요.
컨센서스는 근원 CPI가 0.3% 오를 것으로 봅니다. JP모건은 0.3~0.35%가 나올 확률을 40%로 제시했습니다. 이러면 S&P500 지수는 -0.5%~+1%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습니다. 0.30%에 가깝게 나오면 긍정적, 그 이상으로 나오면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CPI 물가 0.28%를 예상합니다. 전년 대비로는 3.61% 상승하고요. 골드만은 자동차 보험료는 1.6% 올라 많이 오른 보험료를 후행적으로 반영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의료보험은 전달과 비슷하게 유지될 것(0%)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주거비 중 임대료는 점점 더 새로운 계약이 반영되면서 0.37%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주택소유자의 등가 임대료(OER)는 0.45%로 끈적끈적하게 유지되지만요.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근원 CPI는 월간 0.25~0.3% 상승세를 보이다가 연말께 0.2%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노동시장 냉각과 함께 자동차, 임대료 등에서 계속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물론 보험료와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역풍도 있지만요.
투자자들이 긍정적이라는 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5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FMS)에서 뚜렷이 나타납니다. 5260억 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매니저들이 참여한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달 조사 결과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낙관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응답자의 82%가 올해 하반기 Fed의 첫 번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78%는 향후 12개월간 경기침체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침체가 없을 것이란 응답은 4개월 연속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포트폴리오 내에서 현금 수준은 3년 만에 최저치인 4%로 떨어졌고, 주식에 대한 자산 배분은 2022년 1월 이후 최고로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금 보유량 4%는 일반적으로 매도 신호로 작용해온 수준입니다.
이들은 가장 붐비는 거래로 매그니피센트 7(Mag 7) 매수를 여전히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또 미국 달러 매수, 중국 주식 매도가 뒤를 이었습니다.
현재 시장은 '나쁜 뉴스'에 대해 '좋은 뉴스'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17만5000명으로 둔화한 4월 고용, 23만1000명으로 늘어난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 등이 대표적인 경우죠. 이런 노동시장 둔화를 가리키는 데이터가 나온 뒤 시장은 계속 랠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나쁜 소식이 이어진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경기침체를 우려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쁜 뉴스가 나쁜 뉴스'가 될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좋은 뉴스는 좋은 뉴스' 체제일 때가 수익률이 가장 좋습니다. 1, 3, 6, 12개월 수익률이 모두 플러스이고 가장 높습니다. 그다음이 지금처럼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일 때입니다. '나쁜 뉴스가 나쁜 뉴스'일 때는 1, 12개월 수익률은 플러스이지만 3, 6개월은 마이너스입니다. 가장 나쁜 게 '좋은 뉴스가 나쁜 뉴스'로 작용할 때입니다. 그때는 1, 3, 6, 12개월 수익률 모두가 마이너스입니다. 불룸버그는 "지금 체재는 앞으로 몇 달 동안 S&P5000 지수가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과 역사적으로 일치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쁜 소식으로 주식이 매도되는 경우도 좋지 않지만, 뉴스가 좋을 때 주식이 반등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가장 주의해야 할 때"라고 분석했습니다.
지금처럼 나쁜 뉴스(데이터)는 좋은 뉴스로 작용할 때는 어떤 경로로 주가가 오를까요? 블룸버그는 "한 가지는 나쁜 데이터가 '안전자산' 채권 매수를 촉발하거나 기준금리 예상을 낮춤으로써 금리가 떨어지고 이게 주가를 높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이라는 체제는 주식-채권 상관관계가 음(negative)일 때보다 양(positive)일 때 더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는 "현재 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다. 현재로서는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인 역학 관계가 지속할 수 있다"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불황이 닥치면 좋은 소식조차 주식시장에는 좋지 않으며,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유명 투자자 마크 미네르비니는 "지수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 돌파하는 주식은 공격적인 주식 노출과 포지션 조정을 할 만큼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위험자산에 대한 실질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르는) 지수 때문에 거래에 나서지는 말라. 당신이 공격적으로 변하기 전에 개별 주식별 설정을 보고, 포트폴리오들이 움직이는 걸 기다려라"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미네르비니도 상당히 중립적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는 지난 4월 5일 다우 지수 공매도를 시작했다가 지난달 말부터 마이크론(MU), 고대디(GDDY) 브링스 컴퍼니(BCO) 부즈 앨런 앤 해밀턴(BAH) 등을 매수해서 헤지를 했습니다. 여전히 공매도 포지션을 보유하면서 큰 조정에 대비하고 있지만 일부 주식을 사서 좀 더 중립적으로 포지션을 바꿨다는 얘기입니다.
① 3월 데이터 대폭 하향 수정
3월 데이터는 원래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 각각 0.2%씩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었는데요. 이 수치가 각각 0.1% 감소한 것으로 낮춰졌습니다. 이렇게 분모가 감소하면서 4월 데이터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이죠. 모건스탠리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 매니징 디렉터는 "예상보다 훨씬 더 뜨거운 데이터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정체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3월 데이터가 더 낮게 수정되었기 때문에 이 보고서는 처음 드러난 것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상승 요인은 일시적
또 세부 요인을 보니 헤드라인 물가 상승의 대부분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4월 PPI 상승의 거의 4분의 3은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만에 5.4% 인상된 데 따른 것이었죠. 또 서비스 물가가 작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0.6%나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가 한 달 만에 3.9%나 뛴 탓이었습니다. 4월 뉴욕 증시가 오르면서 자산 관리 수수료가 높아진 것이죠. 에너지, 포트폴리오 수수료 모두 지속적 물가 상승요인은 아닙니다. 그리고 무역서비스 가격이 0.8%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지난 3월 1.0% 하락한 데 따른 반등으로 추정됐습니다. 르네상스 매크로는 "4월 PPI가 상승한 주된 이유는 포트폴리오 관리 수수료가 한 달 만에 3.9%나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CPI 및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에 반영되는 몇 가지 요소는 4월 완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식품 가격은 0.7% 하락했습니다. 거의 1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입니다. 항공 요금은 -3.8%로 마이너스로 전환했습니다. 의료비는 0.1% 내렸고, 자동차 보험료도 0.1% 상승에 그쳤습니다. 월가는 이제 모든 물가를 Fed의 인플레이션 벤치마크인 근원 PCE 물가에 맞춰 봅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실망스러운 4월 헤드라인 뒤에 숨은 희망은 근원 PCE 물가에 영향을 주는 많은 PPI 요소가 완만하게 상승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Fed가 선호하는 근원 PCE 물가 추정치와 관련해 PPI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주로 보는데, 그런 점에서 4월 PPI는 섞여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고무적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데이터는 아닙니다. 높게 나온 수치만큼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는 얘기지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생산의 모든 단계에서 중간 수요 가격이 견조하게 상승한 것은 PPI에 대한 계속된 상승 압력을 시사한다. Fed가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금리 인하를 미룰 것이라는 결정을 뒷받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게 섞여 있는 만큼 내일 CPI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4월 PPI는 예상을 상회하는 수치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PCE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구성 요소들은 혼재된 신호를 보냈다. 병원 및 요양 시설의 물가는 약 0.29%포인트, 0.06%포인트 가속화되었고 포트폴리오 관리 비용도 3.94%로 치솟았다. 반면 항공요금은 4월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의료기관 및 자동차 보험 비용도 전달보다 둔화했다. 이를 고려할 때, 4월 PPI의 근원 PCE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여는 약 0.05%포인트로 이전 달과 거의 같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수요일 발표될 CPI에서 인플레이션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침 일찍 발표된 전미중소기업연맹(NFIB)의 4월 중소기업 낙관지수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그림은 혼재되어 있었습니다. 응답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최우선 관심사이자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인상한 기업의 순 비율은 3월 7포인트 증가했다가 4월에는 다시 감소했습니다. 또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물러났습니다. NFIB 중소기업 낙관지수 자체는 4월 1.2포인트 상승한 89.7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마감했습니다. 월가 추정치 88.3보다 높았고요. 물론 역사적 평균치 98.1보다는 훨씬 낮습니다. 다음 3개월 동안의 판매 성장에 대한 전망이 덜 부정적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웰스파고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가격을 인상하는 기업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물가 압박이 심해지지 않고 있다는 반가운 신호다. 이 조사 결과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천천히 가라앉을 것이라는 우리 견해를 뒷받침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 전체 요약="우리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 통화정책이 엄격하다고 주장한다="많은 데이터에 따르면 정책금리는 제약적이다. 문제는 그것이 충분히 제약적인지 여부이며 이는 시간이 우리에게 말해줄 문제이다."
▶ 인플레이션에 대해=“우리는 인플레이션의 경로가 순조로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누가 예상했던 것보다 인플레이션은 높게 나오고 있다. 이것이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제약적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놔둬야 한다는 것이다."
▶ 위험 관리 측면에서 인하 일정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다음과 같이 말했다="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토대로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파월 발언은 투자자들에게 안심 보험을 제공했습니다. 내일 CPI가 높게 나와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니까요. 사실 CPI가 높게 나오기도 어렵습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CPI가 전월보다 0.4%로 오를 것으로 봅니다. 이미 상당히 높아서 이보다 높게 나오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또 올해 1~3월 워낙 예상보다 뜨거운 인플레이션을 목격했기 때문에 콘센서스에만 부합해도 랠리를 부르기에 충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금리 하락은 증시 안정을 가져왔죠. 구글이 '연례 개발자 회의(I/O)'를 열고 생성 AI 제미나이를 탑재한 검색 엔진 출시를 발표하면서 빅테크 주가도 살아났습니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이용해 검색 결과를 빠르게 요약하고 관련 링크를 받을 수 있는 'AI 개요'를 내놓았고, 제미나이와 구글의 음성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도 소개했습니다. AI가 사람처럼 보고 들을 수 있고 음성으로 대화하면서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기능입니다. 다만 전날 오픈AI는 비슷한 GPT-4o를 발표하며 대부분 라이브 데모를 보여줬지만, 구글은 이미 녹화된 데모 영상을 틀어줬습니다. 알파벳의 주가는 장 초반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0.6%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맥쿼리는 "오픈AI는 결국 검색 분야로 옮겨갈 것으로 믿는다. 그렇게 되면 구글과 직접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구글과 함께 엔비디아(1.06%) 애플(0.62%) 마이크로소프트(0.69%) 등 빅테크들이 살아났습니다. 빅테크 투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이기도 합니다.
대형 유통주 중 처음 실적을 공개한 홈디포는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1분기에 1년 전보다 2.3% 줄었습니다(예상 2.1% 감소). 팬데믹 때 폭증했던 리모델링 수요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상보다 약간 나은 주당순이익(EPS)을 신고했고, 올해 매출은 1% 증가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재확인했지만 0.13%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관세는 현재 25%에서 100%로 높아지고 ▲ 리튬이온 배터리 7.5%→25% ▲ 배터리 부품 7.5% → 25% ▲태양 전지 모듈 25%→50% ▲일부 철강과 알루미늄 0~7.5%→25%로 인상합니다. 또 반도체 관세도 내년까지 현재 25%에서 50%로 높입니다. 이에 테슬라(3.29%) 루시드(11.03%) 리비안(2.66%) 등 전기차 주식과 선노바(27.51%) 선파워(59.64%) 등 태양광 주식 등 청정에너지 관련주가 큰 폭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죠. 중국 상무부는 "즉각 잘못을 바로잡고 추가 관세를 취소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다만 관세가 인상되는 품목은 지난해 기준 수입 규모가 180억 달러로 적습니다. AP통신은 "새 관세는 18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상당히 상징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번 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이 심각한 보복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긍정적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CPI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예상에 부합한다면 긍정적일 것이고, 예상보다 높게 나와도 아주 큰 충격은 주지 않으리라고 보는데요.
컨센서스는 근원 CPI가 0.3% 오를 것으로 봅니다. JP모건은 0.3~0.35%가 나올 확률을 40%로 제시했습니다. 이러면 S&P500 지수는 -0.5%~+1%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습니다. 0.30%에 가깝게 나오면 긍정적, 그 이상으로 나오면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CPI 물가 0.28%를 예상합니다. 전년 대비로는 3.61% 상승하고요. 골드만은 자동차 보험료는 1.6% 올라 많이 오른 보험료를 후행적으로 반영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의료보험은 전달과 비슷하게 유지될 것(0%)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주거비 중 임대료는 점점 더 새로운 계약이 반영되면서 0.37%까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주택소유자의 등가 임대료(OER)는 0.45%로 끈적끈적하게 유지되지만요.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근원 CPI는 월간 0.25~0.3% 상승세를 보이다가 연말께 0.2%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노동시장 냉각과 함께 자동차, 임대료 등에서 계속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물론 보험료와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역풍도 있지만요.
투자자들이 긍정적이라는 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5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FMS)에서 뚜렷이 나타납니다. 5260억 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매니저들이 참여한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달 조사 결과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낙관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가장 붐비는 거래로 매그니피센트 7(Mag 7) 매수를 여전히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또 미국 달러 매수, 중국 주식 매도가 뒤를 이었습니다.
유명 투자자 마크 미네르비니는 "지수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고,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승 돌파하는 주식은 공격적인 주식 노출과 포지션 조정을 할 만큼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위험자산에 대한 실질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르는) 지수 때문에 거래에 나서지는 말라. 당신이 공격적으로 변하기 전에 개별 주식별 설정을 보고, 포트폴리오들이 움직이는 걸 기다려라"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미네르비니도 상당히 중립적으로 전환했습니다. 그는 지난 4월 5일 다우 지수 공매도를 시작했다가 지난달 말부터 마이크론(MU), 고대디(GDDY) 브링스 컴퍼니(BCO) 부즈 앨런 앤 해밀턴(BAH) 등을 매수해서 헤지를 했습니다. 여전히 공매도 포지션을 보유하면서 큰 조정에 대비하고 있지만 일부 주식을 사서 좀 더 중립적으로 포지션을 바꿨다는 얘기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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