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경제뉴스

애플 투자비중 확 줄인 버핏 “그래도 코카콜라보다 낫다”

해외선물 전문 정실장 2024. 5. 6. 09:53

 

‘미국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이 인공지능(AI)의 힘을 핵무기에 비유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고 나섰다.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주식은 2분기 연속 처분했지만 투자 포토폴리오에서 애플 비중은 계속해서 가장 높이 가져갈 것임을 밝혔다. 버핏 회장은 또 자신의 후계자로 그렉 아벨 부회장을 낙점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버핏 회장은 4일(현지시간) 내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사망한 그의 단짝 찰리 멍거 부회장 없이 열린 첫 주총이었다. CNBC에 따르면, 주총이 열린 CHI헬스센터 오마하 아레나는 약 3만명의 주주들로 가득찼고, 행사장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유명인도 자리했다.

버핏 회장은 AI의 잠재력에 대해 “내가 만일 사기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이것은 역대급 ‘성장 산업(growth industry)’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최근 AI가 만든 자신의 이미지를 화면에서 봤다면서 “난 아마 어느 ‘이상한 나라’에 있는 나 자신에게 돈을 송금할 것”이라고 농담했다.

그는 핵무기를 ‘램프에서 꺼낸 요정’에 비유하면서 AI도 핵무기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요정의 힘이 나를 정말 두렵게 한다. 나는 요정을 다시 램프에 집어넣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데, AI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올해 93세인 버핏 회장은 이날 아벨 부회장을 후계자로 못박았다. 그는 아벨 부회장이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 운영 등 향후 투자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지난 2021년 후계자로 오랫동안 비보험 분야를 이끈 아벨을 지명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무대에 아벨 부회장과 함께 앉았다. 주로 멍거 부회장과 주총 무대에서 함께 앉았던 탓인지 이날 버핏 회장은 아벨 부회장을 돌아보다가 실수로 ‘찰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버핏 회장은 행사 중 60여년 간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멍거 부회장을 추모하자고 제안했고, 모든 참가자들이 일어나서 그를 기렸다. 버핏 회장은 “지난 수십 년간 돈 관리에 있어서 세상에서 찰리보다 대화하기 좋은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버크셔는 이날 공시한 실적 자료에서 올 1분기에 애플 주식을 13% 매도해 3월 말 기준 7억9000만주(약 1354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애플 주식을 매각한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여전히 버크셔가 보유한 주식 종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부진한 영향 등으로 올해 1분기 주가가 11% 하락했고, 시장에서는 버핏이 애플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올해 말까지 계속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플이 (버크셔가 보유한 다른 종목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나 코카콜라 보다 훨씬 나은 기업”이라며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렉이 이 회사를 넘겨받을 때도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코카콜라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애플 지분을 줄인 이유에 대해 애플의 장기 전망이 문제가 아니라 세금을 아끼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앞자리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버크셔는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890억달러(약 257조원)으로 역대 최대 금액이었다. 버핏 회장은 올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이 2000억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보유 현금을 쓰고 싶다”면서도 “우리가 큰 돈을 벌게 해주면서도 위험은 매우 적은 일을 하는 기업을 찾기 전에는 섣불리 투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마음에 드는 투구에만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답했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가 미디어 대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 주식에 투자한 것에 대해 “100% 내 책임이었고 우리는 (주식을) 전부 팔았으며 상당히 많은 돈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버크셔는 2022년 1분기부터 파라마운트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2023년 말 6330만주를 보유했다. 파라마운트 주가는 2022년에 44%, 2023년에 12% 하락했다.

버핏 회장은 일본 5대 상사 주식 투자는 매력적이었다고 밝히면서도 다른 나라에 대한 투자 계획은 크게 없다고 전했다. 버크셔는 지난 2020년 약 60억달러 규모의 일본 상사 주식을 처음 사들인 바 있다.

버핏 회장은 주주들과의 질의응답을 마무리하면서 “난 여러분이 내년에도 오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내가 내년에도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원섭 특파원(yws@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