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Fed는 단기 유동성이 모자란 은행을 대상으로 '은행 기간 펀딩 프로그램'(BTFP)을 만들었습니다. 예금 유출 등으로 인해 국채나 모기지 증권 등을 시가에 팔아야 하는 은행들이 이런 채권을 담보로 맡기면 1년간 자금을 대출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싸게 팔아서 손실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Fed는 이들 채권의 담보 가치를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로 평가하기로 했습니다. 시가보다 비싸게 쳐주겠다는 것이죠.
이는 기본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입니다. Fed가 돈을 풀어 SVB 사태를 수습키로 하면서 월가에서는 긴축을 끝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당장 다음주 21~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주장이 나왔습니다.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인데요. 골드만은 "정부 조치가 예금 유출에 직면한 은행에 상당한 유동성을 제공하고 예금자의 신뢰를 높일 것"이라면서 "은행 시스템에 누적된 스트레스에 비춰볼 때 FOMC가 22일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더 예상하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5월, 6월, 7월에 각각 25bp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을 바꾸지 않고 있지만 3월 이후 긴축 경로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을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25bp 인상 예상을 동결로 바꾼 것입니다.
에버코어 ISI도 "Fed가 금리 인상을 일시 중지하는 게 좋을 수 있다. 이게 정말 완화로의 전환인지는 의심스럽지만, 이번 일로 Fed가 이미 얼마나 긴축해왔는지 알 수 있게 됐고 SVB 사태와 실업률 증가, 신저가로 치닫는 원자재 가격 등 이를 증언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바클레이스도 "다가오는 FOMC 회의에서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됨에 따라 위험 관리가 정당화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을 바꿨습니다. 다만 앞으로 몇 주 안에 혼란이 가라앉을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일시 중지'라고 주장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Fed가 시장이 안정되고 지역은행에서도 계속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가정하에 기본 시나리오로 추가 금리 인상을 볼 것이라고 믿는다"라면서 "최근 사태는 추가 공격적인 인상에 대한 욕구를 누그러뜨리겠지만, 3월 점도표는 5.1% 최종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노무라의 경우 다음주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고 양적 긴축(QT)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Fed가 대책을 내놓은 뒤 뉴욕 채권 시장에서 금리는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동결 예상이 나온 직후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기록적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4시께 65.5bp 급락한 3.939%에 거래됐습니다.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하루 최대 낙폭입니다. 한때 3.918%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8일 5.096%까지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사흘 만에 110bp가 넘게 급락한 것입니다. 10년물의 경우 16.4bp 내린 3.541%를 기록했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반영되면서 단기물 위주로 매수가 몰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년물 금리가 내린 건 금융위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주로 반영된 것이고 2년물 수익률 하락은 금리 인하 예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100bp가 넘던 수익률 곡선 역전 폭은 50bp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BMO에 따르면 이는 역사적으로 Fed의 인상 중단과 인하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역시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달러(ICE 달러 인덱스)도 0.96% 내린 103.6까지 떨어졌습니다.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도 다시 지난주 한때 5.7%에서 지금 4.7%대로 내려왔습니다. 역시 사흘 만에 100bp가 넘게 하락한 것입니다.
물론 '3월 동결'은 아직 월가 컨센서스는 아닙니다. JP모건의 경우 25bp 인상 예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언뜻 보기에 Fed가 금융여건을 긴축하기 위해 애쓰는 게 SVB 관련 정책으로 인해 다소 부조리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스트레스의 징후가 더는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치다. 과거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말했던 '일이 생기면 적합한 도구를 사용하라'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Fed는 총수요 억제를 위해 긴축적 금융여건을 원하지만, 금융시스템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빠르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금융위기 전염 위험을 해결한 뒤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높이 올릴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주 회의에서 25bp 인상을 계속 예상한다. 우리는 은행 부문에서 문제가 터지기 전에도 50bp 인상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씨티도 "다음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은행 파산은 원래부터 시스템적인 위기가 될 가능성이 작았고 Fed의 조치, 특히 무보험 예금도 보호될 것이라는 신호가 나온 이후에는 그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3개의 은행 파산과 약간 비둘기파적 의미가 있던 2월 고용보고서의 조합은 파월 의장에게 25bp 인상에 대한 충분한 변명거리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번 회의에서 발표될 선제적 가이던스는 긴축이 조만간 끝날 가능성이 있음을 가리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오는 오후 3시 기준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46%, 25bp 인상 가능성이 54%로 베팅했습니다. 시장이 거의 반반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50bp 인상 베팅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습니다.
동결이나 25bp 인상이나 논리는 탄탄합니다. 어려운 것은 Fed일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Fed는 완화로 돌아섰습니다. 그때는 쉬웠습니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6%대입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은행들의 파산이 Fed의 긴축 경로에 의문을 제기했다'(Collapse of Silicon Valley Bank, Signature Bank Calls Fed Interest Rate Path Into Question)라는 기사에서 "은행들의 위기는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Fed를 불편한 위치에 놓을 수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Fed는 계속 긴축 행보를 이어가야 하고, 25bp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Fed는 인플레이션과 금융 안정에 대응하는 각각의 정책 도구가 있다는 점을 시장에 확실히 보여줘야 하며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시스템에 더 고착되도록 놓아두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는 "Fed는 자신들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음주 금리를 25bp 올릴 것 같다. 다만 그것은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은행 대책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정책"이라며 "가장 높은 확률은 4~6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전략가는 "우리는 이제 금리 인상보다는 금리 인하에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수익률 곡선은 급격히 가팔라지고 있으며 원자재와 경기 순환주는 약세를 보인다. 이는 임박한 미국 경기침체와 일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오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8달러(2.45%) 하락한 배럴당 74.8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2월 22일 이후 최저입니다. 한때 5% 이상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내일 나오는 2월 소비자물가(CPI) 발표를 봐야 할 것입니다.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다면 Fed는 동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25bp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수치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6.1% 상승입니다. 이는 지난 1월(0.5%, 6.4%)에 비해 약간 누그러진 수준입니다. 에너지와 음식물을 제외한 근원 CPI의 경우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5%로 집계됐습니다. 역시 1월(0.4%, 5.6%)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아지는 것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9%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Fed의 금리 동결 혹은 전환이 가까워졌다는 관측 속에 보합 선까지 회복됐습니다. 주가가 본격적인 오름세로 돌아선 건 오전 11시였습니다.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 조사에서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4.2%로 전월(5.0%)보다 0.8%포인트나 떨어진 것입니다. 이는 2021년 5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다만 장기(5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2.6%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랐습니다. 오르긴 했지만 2%대에 잘 묶여 있는 것이죠. 2월 CPI 발표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BTFP을 'Bank Term Funding Program'이 아니라 'Buy The ☆ucking Pivot'(Fed의 전환을 사라)이라고 부르짖기도 했습니다. 이제 금리가 내려갈 것이고 Fed가 다시 돈을 풀 것이니 주식을 사라는 뜻입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Fed가 계속 금리를 올리면 은행 사업의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다. Fed의 대응이 잠재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가 금리를 더 높게 올려 더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기조에서 인상 중단 가능성으로 이동할 수 있다"라며 "이는 초기 여진이 지나가면 올해 남은 기간 주가가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도 큰 확신은 없었습니다. 반등하는 듯했던 주가는 장 후반으로 가면서 조금씩 상승 폭을 반납했고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는 0.28%, S&P500 지수는 0.15% 내렸고 나스닥만이 홀로 0.45% 상승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금리를 덜 올리거나 올리지 않는다면 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그 이유가 금융위기나 경기침체 때문이라면 시장에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비앙코리서치에 따르면 2년물 금리가 사흘간 100bp가 넘게 내렸는데, 지난 40년간 이런 일은 딱 한 번밖에 없습니다. 바로 1987년 블랙먼데이, 하루 만에 22% 폭락했던 때입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Fed는 계속 긴축 행보를 이어가야 하고, 25bp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Fed는 인플레이션과 금융 안정에 대응하는 각각의 정책 도구가 있다는 점을 시장에 확실히 보여줘야 하며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시스템에 더 고착되도록 놓아두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는 "Fed는 자신들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음주 금리를 25bp 올릴 것 같다. 다만 그것은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은행 대책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정책"이라며 "가장 높은 확률은 4~6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오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8달러(2.45%) 하락한 배럴당 74.8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2월 22일 이후 최저입니다. 한때 5% 이상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내일 나오는 2월 소비자물가(CPI) 발표를 봐야 할 것입니다.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다면 Fed는 동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25bp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는 헤드라인 수치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6.1% 상승입니다. 이는 지난 1월(0.5%, 6.4%)에 비해 약간 누그러진 수준입니다. 에너지와 음식물을 제외한 근원 CPI의 경우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5%로 집계됐습니다. 역시 1월(0.4%, 5.6%)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아지는 것입니다.
에버코어ISI는 "1998년 롱텀캐피털(LTCM) 파산 사태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Fed는 5주가 지난 뒤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사이에 S&P500 지수는 5%나 하락했다. 만약 우리가 전환점에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숲을 벗어난 것이 아니며, Fed가 올바로 행동하려면 한 달이 걸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줄리언 에마뉘엘 전략가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향후 몇 주 동안 약세장의 마지막을 알리는 '진짜 바닥'(The Bottom)이 나타나기 전에 작년 10월 저점을 다시 테스트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방어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주 SVB가 갑자기 몰락했다. 주식 시장의 진짜 이야기는 지난 1년 동안 진행되어온 Fed의 긴축 조치의 영향이다. 그런데도 기업 이익에 대한 성장 기대는 여전히 너무 높고 이제 시장은 그 위험을 더 빨리 가격에 책정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난 10월부터 랠리가 불 트랩에 불과했다는 우리의 견해는 지금 굳어진 것 같다"라면서 "새로운 저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SVB 사태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진압하기 위해 개입했을 때 시장이 반등하면 주식을 팔 것을 제안한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구제금융을 받을 수 없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에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가 많이 있다. 경제가 둔화하고 금융 비용이 증가할 때 이런 모든 캐리 트레이드는 다시 되돌려지는 압력을 받게 되며, 이는 경기 사이클의 끝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그런 단계에 있다고 믿으며, 그래서 위험자산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방어적인 경향을 유지하여 주식에 대한 비중을 더 낮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도 몇몇 은행 파산이 더 일어날 것입니다. 오늘 지역은행 주식은 추풍낙엽 같았습니다. SVB와 비슷하게 예금자가 편중되어있고 채권 운용 비중이 높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61.8% 내렸고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47.06%) △메트로폴리탄 뱅크 홀딩(-43.78%) △커스토머스 뱅크콥(-23.8%) △코메리카 은행(-27.6%) △키뱅크(-27.3%) △팩웨스트(-21.05%) 등 20% 이상 폭락한 주식이 많았습니다. S&P지역은행 ETF(KRE)가 하루 만에 12.3%나 내렸지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JP모건과 Fed로부터 추가 자금을 지원받았다. 뱅크런은 없다"라고 밝혔고, 팩웨스트 경영진은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미 정부는 어제 대책에서 예금은 보호했지만, 주주와 채권 투자자는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선 예금자들이 이들 은행에서 돈을 빼내어 채권과 금 등을 사들인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바클레이스는 "현재 시스템 일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부족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Fed의 은행 기간 펀딩 프로그램(BTFP)은 채권을 액면가로 담보로 받는 것으로 6000억 달러 이상의 미실현 손실을 가진 은행들은 폭풍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위기 전염은 항상 비합리적인 두려움에 관한 것이어서 이것이 효과가 있다는 보장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지역은행들의 파산은 한 번 발생하면 한동안 계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이후 562개 은행이 파산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13년에 490건이 집중됐습니다. 2015년 이후엔 31건에 그치고 있으며, 이번 SVB 파산은 3년 만에 처음입니다.
대형 은행인 웰스파고(-7.13%) 뱅크오브아메리카(-5.81%) 씨티(-7.45%) 등도 급락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은행권의 예금 이자가 높아지면서 마진이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이자를 높여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머니마켓으로 돈이 옮겨가겠지요. 골드만삭스는 "2022년 은행들의 순이자 마진은 66bp 수준이었는데, 2023년에는 40bp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럽 은행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크레디 스위스의 경우 한때 10% 이상 폭락하며 사상 최저가 기록을 세웠다가 4.33%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딧도 7.86% 내렸습니다. 미국의 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최종금리 예상도 4%대에서 3%대로 하락했습니다. ECB는 이번 주 목요일 통화정책회의를 엽니다. 기존 예상은 50bp 인상입니다. 과연 이번 사태가 ECB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까요?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주 SVB가 갑자기 몰락했다. 주식 시장의 진짜 이야기는 지난 1년 동안 진행되어온 Fed의 긴축 조치의 영향이다. 그런데도 기업 이익에 대한 성장 기대는 여전히 너무 높고 이제 시장은 그 위험을 더 빨리 가격에 책정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난 10월부터 랠리가 불 트랩에 불과했다는 우리의 견해는 지금 굳어진 것 같다"라면서 "새로운 저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SVB 사태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진압하기 위해 개입했을 때 시장이 반등하면 주식을 팔 것을 제안한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구제금융을 받을 수 없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에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가 많이 있다. 경제가 둔화하고 금융 비용이 증가할 때 이런 모든 캐리 트레이드는 다시 되돌려지는 압력을 받게 되며, 이는 경기 사이클의 끝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그런 단계에 있다고 믿으며, 그래서 위험자산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방어적인 경향을 유지하여 주식에 대한 비중을 더 낮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자들은 대신 안전자산을 찾았습니다. 국채와 금 가격(+2.74%)이 폭등했고 주식 시장에서는 유틸리티(+1.54%), 헬스케어(0.92%) 등 경기 방어주의 상승 폭이 컸습니다. 금리 하락의 수혜주인 IT(+0.55%)도 상당폭 올랐습니다. 사실 금융주와 에너지주를 빼면 전반적으로 증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금융주의 현기증 나는 붕괴도 놀랍지만, 전체 시장이 이런 금융주 대학살을 따로 분리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이라면서 세 가지 요인을 찾았습니다. 그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정부 규제가 은행권 문제가 다른 산업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고 ▲어젯밤 정부 조치는 지역은행 예금주들을 안심시켰으며 ▲금리 하락은 주가 밸류에이션에 커다란 순풍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제성 뉴욕생명 CIO는 "나는 골드만삭스의 생각(이번에 동결, 그다음에 인상 재개)이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음주에 Fed가 금리를 인상학지 않거나 더 올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면 지금 최종금리 예상은 맞을 것이다. 금리는 정상화될 수 있지만, 내일 CPI가 다시 시장을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문제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 : Global Systemically Important Bank)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 규모의 특이한 은행의 문제처럼 보인다. 이번 일로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저절로 금융여건이 긴축될 것이므로 결국 Fed가 할 일이 줄어들 것이다. 내 생각에 지금 시점에서 50bp 인상은 불가능하며 파월 의장의 생각은 지난 며칠 동안 바뀌었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우리는 결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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