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의 메모리얼 연휴 기간에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커다란 이벤트는 없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31일) 발표될 4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앞두고 28일(미 동부시간) 몇몇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면서 금리가 뛰어올랐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주춤하자, 미 국채에 대한 수요도 약해졌습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3주 만에 다시 연 4.5%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증시를 압박했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사흘째 최고가 기록을 세우면 꿋꿋이 시장을 지켰습니다.
1분기 어닝시즌은 확연히 증시 랠리에 힘을 실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S&P500 기업 이익은 전년보다 약 6%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예상과 달리 막대한 적자를 낸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Y)을 제외하면 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익 성장의 많은 부분은 매그니피선트 7(Mag 7) 덕분이지만, 그렇다고 이들만 좋았던 건 아닙니다. Mag 7 주식의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성장했는데요. 나머지 493개 기업도 BMY를 빼면 5% 늘었습니다. 업종별로도 역시 BMY가 속한 헬스케어를 빼고는 모두 월가 추정을 넘었고요.
그러나 어닝시즌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지난주 말까지 S&P500 기업 중 481개(96%)가 발표를 마쳤습니다.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적발표 기간이 거의 끝난 지금부터는 Fed, 인플레이션 및 경제 데이터에 대한 논의가 단기적으로 다시 한번 시장의 중심 무대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너 CIO의 예언은 오늘 정확히 들어맞았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채권 거래가 차분하게 시작됐지만, 경제 데이터가 속속 발표되자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새벽부터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CNBC에 나와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인플레이션 완화를 가리키는 데이터를 몇 개월 더 보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물가 압력이 다시 높아지면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4월 97.5에서 5월 102로 뛰어올랐습니다. 월가 전망치 96보다 훨씬 높습니다. 3개월 내림세에서 반등한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소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 향후 6개월 내 자동차 구매를 계획한다는 답변은 두 달 연속으로 증가했고요. 가전제품 구매 계획도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늘었습니다.
이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5월 하락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미시간대 지수는 인플레이션, 콘퍼런스보드 지수는 노동시장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콘퍼런스보드 조사 내용을 보면 '일자리가 풍부하다'라는 응답은 4월 38.4%에서 5월 37.5%로 소폭 줄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라는 응답은 4월 15.5%에서 5월 13.5%로 더 많이 감소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에 대한 평가는 개선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시간대와 일치하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12개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5.3%에서 5.4%로 상승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소비가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침 9시 발표된 미국의 집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전미 주택가격지수(S&P CoreLogic Case-Shiller National Home Price Index)는 지난 3월 전년 대비 6.5% 상승해 2월과 같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고요. 20개 도시 지수의 경우 7.4% 상승해 2월 7.3%보다 소폭 더 상승했고요. 전월에 비해선 역시 0.3% 올랐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주택 시장은 여전히 적은 재고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지속적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기존 주택 소유자에게는 긍정적 자산 효과를 통해 소비 지출 성장을 촉진하는 순풍이 되지만, 잠재적 주택 구매자에게는 부담을 초래한다. 주택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오전 10시 30분 공개된 댈러스 연은의 5월 기업활동지수는 4월보다 5포인트 하락한 -19.4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추정 -15보다 나빴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지속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지불 가격 지수는 급격히 상승했지만, 지급 가격은 소폭 하락했습니다.
이런 데이터들은 금리 상승을 촉발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오늘 데이터는 종합적으로 10년물 수익률과 달러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국채 경매 결과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채권 시장의 매도세를 부채질했습니다.
오전 11시 30분 발표된 69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경매에서는 발행 금리가 4.917%를 기록해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907%보다 1bp 높게 형성됐습니다. 응찰률은 2.41배로 지난 6회 경매 평균인 2.59배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외국인 수요를 대변하는 간접 수요는 57.9%로 4월 66.2%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작년 11월(57.4%)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오후 1시에 나온 700억 달러 규모의 5년 경매 결과는 더 나빴습니다. 발행 금리는 4.553%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540%보다 1.3bp나 높았습니다. 역시 응찰률은 2.30배로 최근 6회 평균 2.41배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2022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미국 경제의 데이터가 강하게 나오면서 최근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더 밀렸다. 그러나 다른 해외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거나 곧 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다른 나라 간의 시장 금리 격차가 커지고 있고, 이는 채권 투자 시 환 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 헤지 비용 증가로 해외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내일은 44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경매가 이어집니다.
나쁜 국채 경매 뉴스가 이어지자 금리는 크게 뛰었습니다. 오후 4시께 뉴욕 채권 시장에서 10년물 수익률은 6.9bp 오른 4.542%를 기록했습니다.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4.5%를 돌파한 것입니다. 2년물은 2.1bp 상승한 4.974%에 거래됐습니다.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도 금리 상승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7% 오른 배럴당 79.8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OPEC+가 오는 2일 정례 회의에서 감산(하루 220만 배럴)을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 강해진 게 영향을 줬습니다. 또 연휴 사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라파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이집트군과 교전해 이집트 군인 1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UBS는 "석유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고, 감산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수요가 장기 성장률인 하루 120만 배럴을 넘는 일일 15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혼조세로 출발했으나 장중 10년물 금리가 급등하자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 막판 반등하면서 결국 나스닥은 0.59% 올랐습니다. 나스닥은 1만7000선을 사상 처음 돌파했습니다. S&P500 지수는 0.02% 강보합세를 보였지만 다우 지수는 0.55%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주, 빅테크 주식들이 잘 버텼습니다. 엔비디아는 6.98%나 뛰면서 3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3거래일 동안 거의 20% 가까이 올랐습니다. AMD 3.16%, 마이크론 2.46%, ARM 8.98%, ASML 3.73% 등 반도체 관련 주도 큰 폭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알파벳 0.96%, 아마존 0.78%, 메타 0.35% 등 빅테크도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냈고요.
엔비디아 등 AI 주식 급등세는 일론 머스크의 xAI가 180억 달러 회사 가치를 인정받아 세쿼이아 캐피탈 등 투자자로부터 60억 달러를 모금했다는 뉴스가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AI 붐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죠.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엔비디아 주식이 더 큰 폭으로 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리 설립자는 1990년대 시스코와 AI 시대 엔비디아를 비교합니다. 즉 인터넷 시대의 부상에 시스코의 라우터가 핵심 역할을 했는데, 당시 시스코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 100배에 달했었다는 것입니다. AI 시대가 시작되면서 엔비디아 칩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P/E는 현재 약 30배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리 설립자는 "이는 이익과 멀티플 측면에서 엔비디아에 아직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아있음을 말해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AI, 빅테크의 상승 모멘텀은 조금은 약해지고 있습니다. 워낙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캘러한 기술적 분석가는 작년 이맘때에는 빅테크의 4가지 핵심 동인이 모두 긍정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⑴ 밸류에이션은 낮았고 ⑵ 투자자 포지셔닝은 적당했으며 ⑶ 비용 절감 덕분에 이익 모멘텀은 훌륭했고 ⑷ AI 테마는 젊고 유망했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좀 다릅니다. 캘러한 분석가는 "현재 4개 동인 중 1~1.5개만이 긍정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밸류에이션 및 투자자 포지셔닝은 더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여전히 이익 모멘텀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전만큼 강하지는 않습니다. 테마로서의 AI만이 유일하게 계속해서 작동하는 요인입니다.
AI 트레이드도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18개월 동안은 빅테크와 반도체 주식 위주로 거래됐지만, 최근 전력 인프라로 확대되었습니다. 구릿값이 치솟고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고 냉각시키는 장비를 생산하는 버티브(VRT) 주가는 최근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전력 관리 장비업체인 이튼(ETN)도 급등했고요. AI 트레이드의 다음 주인공은 무엇일까요? 일부에선 AI 기능을 탑재하고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폰과 PC, 혹은 코파일럿 등을 갖춘 애플리케이션 등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xAI 자금 유치에도 테슬라의 주가는 1.39% 내렸습니다.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는 테슬라 주주들에게 일론 머스크를 위한 560억 달러의 보상 패키지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했습니다. 보상 패키지가 과도한 규모이고, 주식 희석으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란 논리입니다. 또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X를 인수하는 등 테슬라 외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도 지적했습니다. 글래스 루이스는 과거 머스크의 동생인 킴벌 머스크의 이사회 재선임에 반대하는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었습니다.
애플은 블룸버그가 새벽부터 4월 중국 내 아이폰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급증했다고 보도하면서 한때 2% 넘게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할인 판매 덕분이라는 분석들이 나왔죠. 결국은 0.01% 강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금리가 뛰면서 이번 주 PCE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월가 일부(뱅크오브아메리카 등)에서 희망하는 대로 근원 PCE 물가가 전월 대비 0.2%(0.24%)로 나온다면 금리 상승세는 다시 꺾일 수 있습니다. 1월 0.5%→2월 0.3%→3월 0.3%로 둔화 추세가 확연해지는 것이니까요.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Fed와 시장의 주요 관심사인 상황에서 PCE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런 일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릴 수 있는 몇 가지 요인이 있으며 둔화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부에선 금리가 높게 유지된다 해도 한 증시 랠리를 꺾지는 못할 것이란 주장도 많습니다. 시장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35bp 수준으로 25bp를 기준으로 하면 인하 횟수가 1회에 불과합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왜 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시장의 인하 기대가 후퇴하는데 이렇게 시장은 잘 버티고 있는지에 대해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① 경제 성장이 이어지면서 기업 이익도 탄탄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②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유지되어온 제로금리 체제에서 벗어나 정상화되고 있는 만큼 금리와 주식의 상대적 평가도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식이 싸지는 않지만, 금융위기 이전의 금리 범위와 비교해보면 비싸지도 않다는 것이죠.
③ 투자자들이 더는 배당 수익률과 채권 수익률을 비교해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기업들은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더 열심히 하기 때문입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2011년 이후 S&P500 기업의 순 자사주 매입은 6개 분기를 제외하고 배당금을 초과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채권 트레이더들의 머릿속에는 올해 11월 대선도 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관련, '구 채권왕' 빌 그로스는 지난주 트럼프가 당선되면 낮은 세금과 높은 지출을 선호하기 때문에 채권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채권 시장뿐 아니라 VIX 선물 시장에서도 10월 계약에서 프리미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변동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베팅이지요.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런 베팅은 지난 세 번의 선거보다 좀 더 빨리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 맨해튼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관련 형사재판 최후 변론이 시작됐습니다. 곧 판결이 나올 수 있는데요. 이 재판이 중요한 이유는 트럼프가 여러 개의 재판을 받고 있지만, 대선 전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건 이게 거의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배심원들은 유죄든 무죄든 만장일치로 판결을 내놓아야 하는데요. 유죄가 나오면 대선에 불리할 것입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를 받으면 지지자 중 4%가량이 지지를 철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무죄가 나오면 유리해지겠죠. 배심원들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면 '평결 불일치' 결정을 내놓을 텐데요.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해야 하므로 역시 대선 전 판결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1월 대선 관련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⑴ 공화당의 대선과 의회(상하원) 압승=증시의 완만한 상승, 수익률 상승, 달러 강세
⑵ 민주당 대선과 의회 압승=완만한 주식 하락, 수익률 상승, 달러 약세
⑶ 트럼프 당선, 의회는 양당 분점=완만한 주식 하락, 약간 높은 수익률, 달러 강세
⑷ 바이든 당선, 의회는 양당 분점=주식은 평평, 수익률 하락, 미 달러 약세
간단히 설명해 드리면 트럼프가 당선되면 세금은 깎고 정부 지출은 늘려서 국채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빌 그로스와 같은 생각이죠. 또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등 무역을 막아서 달러가 상승할 것으로 관측하고요. 반면, 바이든이 재집권하면 법인세를 인상해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돈은 지금처럼 계속 쓰겠지만 증세로 인해 적자는 약간 줄어들겠죠. 다만 의회를 지금처럼 양당이 나눠서 지배하게 되면 대통령이 누가 되든 원하는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합니다.
그러나 어닝시즌은 사실상 끝났습니다. 지난주 말까지 S&P500 기업 중 481개(96%)가 발표를 마쳤습니다.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적발표 기간이 거의 끝난 지금부터는 Fed, 인플레이션 및 경제 데이터에 대한 논의가 단기적으로 다시 한번 시장의 중심 무대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러너 CIO의 예언은 오늘 정확히 들어맞았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채권 거래가 차분하게 시작됐지만, 경제 데이터가 속속 발표되자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4월 97.5에서 5월 102로 뛰어올랐습니다. 월가 전망치 96보다 훨씬 높습니다. 3개월 내림세에서 반등한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소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 향후 6개월 내 자동차 구매를 계획한다는 답변은 두 달 연속으로 증가했고요. 가전제품 구매 계획도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늘었습니다.
이런 데이터들은 금리 상승을 촉발했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오늘 데이터는 종합적으로 10년물 수익률과 달러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국채 경매 결과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채권 시장의 매도세를 부채질했습니다.
오전 11시 30분 발표된 690억 달러 규모의 2년물 경매에서는 발행 금리가 4.917%를 기록해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907%보다 1bp 높게 형성됐습니다. 응찰률은 2.41배로 지난 6회 경매 평균인 2.59배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외국인 수요를 대변하는 간접 수요는 57.9%로 4월 66.2%보다 크게 떨어졌습니다. 작년 11월(57.4%)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오후 1시에 나온 700억 달러 규모의 5년 경매 결과는 더 나빴습니다. 발행 금리는 4.553%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540%보다 1.3bp나 높았습니다. 역시 응찰률은 2.30배로 최근 6회 평균 2.41배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2022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미국 경제의 데이터가 강하게 나오면서 최근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더 밀렸다. 그러나 다른 해외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거나 곧 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다른 나라 간의 시장 금리 격차가 커지고 있고, 이는 채권 투자 시 환 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환 헤지 비용 증가로 해외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내일은 44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경매가 이어집니다.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도 금리 상승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7% 오른 배럴당 79.8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OPEC+가 오는 2일 정례 회의에서 감산(하루 220만 배럴)을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 강해진 게 영향을 줬습니다. 또 연휴 사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라파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이집트군과 교전해 이집트 군인 1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UBS는 "석유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고, 감산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수요가 장기 성장률인 하루 120만 배럴을 넘는 일일 15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엔비디아 주식이 더 큰 폭으로 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리 설립자는 1990년대 시스코와 AI 시대 엔비디아를 비교합니다. 즉 인터넷 시대의 부상에 시스코의 라우터가 핵심 역할을 했는데, 당시 시스코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 100배에 달했었다는 것입니다. AI 시대가 시작되면서 엔비디아 칩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P/E는 현재 약 30배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리 설립자는 "이는 이익과 멀티플 측면에서 엔비디아에 아직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아있음을 말해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AI, 빅테크의 상승 모멘텀은 조금은 약해지고 있습니다. 워낙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캘러한 기술적 분석가는 작년 이맘때에는 빅테크의 4가지 핵심 동인이 모두 긍정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⑴ 밸류에이션은 낮았고 ⑵ 투자자 포지셔닝은 적당했으며 ⑶ 비용 절감 덕분에 이익 모멘텀은 훌륭했고 ⑷ AI 테마는 젊고 유망했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좀 다릅니다. 캘러한 분석가는 "현재 4개 동인 중 1~1.5개만이 긍정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밸류에이션 및 투자자 포지셔닝은 더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여전히 이익 모멘텀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전만큼 강하지는 않습니다. 테마로서의 AI만이 유일하게 계속해서 작동하는 요인입니다.
AI 트레이드도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18개월 동안은 빅테크와 반도체 주식 위주로 거래됐지만, 최근 전력 인프라로 확대되었습니다. 구릿값이 치솟고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고 냉각시키는 장비를 생산하는 버티브(VRT) 주가는 최근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전력 관리 장비업체인 이튼(ETN)도 급등했고요. AI 트레이드의 다음 주인공은 무엇일까요? 일부에선 AI 기능을 탑재하고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폰과 PC, 혹은 코파일럿 등을 갖춘 애플리케이션 등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xAI 자금 유치에도 테슬라의 주가는 1.39% 내렸습니다.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는 테슬라 주주들에게 일론 머스크를 위한 560억 달러의 보상 패키지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했습니다. 보상 패키지가 과도한 규모이고, 주식 희석으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란 논리입니다. 또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X를 인수하는 등 테슬라 외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도 지적했습니다. 글래스 루이스는 과거 머스크의 동생인 킴벌 머스크의 이사회 재선임에 반대하는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었습니다.
애플은 블룸버그가 새벽부터 4월 중국 내 아이폰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급증했다고 보도하면서 한때 2% 넘게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할인 판매 덕분이라는 분석들이 나왔죠. 결국은 0.01% 강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금리가 뛰면서 이번 주 PCE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월가 일부(뱅크오브아메리카 등)에서 희망하는 대로 근원 PCE 물가가 전월 대비 0.2%(0.24%)로 나온다면 금리 상승세는 다시 꺾일 수 있습니다. 1월 0.5%→2월 0.3%→3월 0.3%로 둔화 추세가 확연해지는 것이니까요. 찰스 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Fed와 시장의 주요 관심사인 상황에서 PCE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런 일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릴 수 있는 몇 가지 요인이 있으며 둔화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부에선 금리가 높게 유지된다 해도 한 증시 랠리를 꺾지는 못할 것이란 주장도 많습니다. 시장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35bp 수준으로 25bp를 기준으로 하면 인하 횟수가 1회에 불과합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왜 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시장의 인하 기대가 후퇴하는데 이렇게 시장은 잘 버티고 있는지에 대해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① 경제 성장이 이어지면서 기업 이익도 탄탄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②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유지되어온 제로금리 체제에서 벗어나 정상화되고 있는 만큼 금리와 주식의 상대적 평가도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식이 싸지는 않지만, 금융위기 이전의 금리 범위와 비교해보면 비싸지도 않다는 것이죠.
③ 투자자들이 더는 배당 수익률과 채권 수익률을 비교해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기업들은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을 더 열심히 하기 때문입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2011년 이후 S&P500 기업의 순 자사주 매입은 6개 분기를 제외하고 배당금을 초과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채권 트레이더들의 머릿속에는 올해 11월 대선도 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트럼프와 관련, '구 채권왕' 빌 그로스는 지난주 트럼프가 당선되면 낮은 세금과 높은 지출을 선호하기 때문에 채권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채권 시장뿐 아니라 VIX 선물 시장에서도 10월 계약에서 프리미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변동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베팅이지요.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런 베팅은 지난 세 번의 선거보다 좀 더 빨리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 맨해튼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관련 형사재판 최후 변론이 시작됐습니다. 곧 판결이 나올 수 있는데요. 이 재판이 중요한 이유는 트럼프가 여러 개의 재판을 받고 있지만, 대선 전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건 이게 거의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배심원들은 유죄든 무죄든 만장일치로 판결을 내놓아야 하는데요. 유죄가 나오면 대선에 불리할 것입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를 받으면 지지자 중 4%가량이 지지를 철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무죄가 나오면 유리해지겠죠. 배심원들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면 '평결 불일치' 결정을 내놓을 텐데요.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해야 하므로 역시 대선 전 판결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⑴ 공화당의 대선과 의회(상하원) 압승=증시의 완만한 상승, 수익률 상승, 달러 강세
⑵ 민주당 대선과 의회 압승=완만한 주식 하락, 수익률 상승, 달러 약세
⑶ 트럼프 당선, 의회는 양당 분점=완만한 주식 하락, 약간 높은 수익률, 달러 강세
⑷ 바이든 당선, 의회는 양당 분점=주식은 평평, 수익률 하락, 미 달러 약세
간단히 설명해 드리면 트럼프가 당선되면 세금은 깎고 정부 지출은 늘려서 국채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빌 그로스와 같은 생각이죠. 또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등 무역을 막아서 달러가 상승할 것으로 관측하고요. 반면, 바이든이 재집권하면 법인세를 인상해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돈은 지금처럼 계속 쓰겠지만 증세로 인해 적자는 약간 줄어들겠죠. 다만 의회를 지금처럼 양당이 나눠서 지배하게 되면 대통령이 누가 되든 원하는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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