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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회장 "세계 경제, 2차대전 이후 가장 위험해질 수도"

해외선물 전문 정실장 2024. 4. 9. 09:55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8일(현지시간)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잇따른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회장은 이날 공개한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 국제 경제의 위험 요소를 언급하며 "최근 사건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어떤 일도 압도할 수 있는 위험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이전까지 전 세계가 전반적으로 더 강하고 안전해지고 있던 흐름이 뒤바뀌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스라엘에 가해진 끔찍한 공격과 중동에서 지속되는 폭력 사태 또한 안전이 보장된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는 가정들을 무너뜨렸다"며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쟁은 훨씬 더 나빠질 수 있고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퍼질 수 있다"고 짚었다.

다이먼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인 핵 무기의 망령이 최후의 결정자로서 떠돌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최선의 보호책은 지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월가의 황제'로도 불리는 다이먼 회장은 매년 주주 서한에서 다양한 경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올해 서한에서 가장 주요한 이슈 중 하나로 인공지능(AI)의 영향을 꼽으며 AI를 산업혁명을 가져온 증기기관의 발명에 비유해 산업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AI가 우리 산업을 얼마나 크게, 얼마나 빨리 바꿀지 알 수 없고, 또한 우리 사회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AI가 가져올 결과는 인쇄술,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 인터넷 등 과거 수백 년간 이뤄온 주요 기술의 발명만큼이나 혁신적이고 놀라울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JP모건체이스가 현재 2천명이 넘는 AI 및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를 고용했으며 AI 기술을 마케팅, 사기 및 위험 감지 등 400개 이상의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고객서비스 분야는 물론 전 직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생성형 AI가 실현할 수 있는 잠재력을 탐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먼 회장은 "시간이 지나면 AI 사용이 사실상 모든 일을 보강하고 회사의 인력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기대한다"며 "특정 직종이나 역할이 줄어들 수 있겠지만 다른 직종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이먼 회장은 물가 상승압력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며 그에 따른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먼 회장은 "물가 지표를 포함해 많은 주요 경제지표가 현재 호조를 나타내는 데다 앞으로도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앞을 내다보면 물가 상승에 압력을 가할 요인들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재정지출, 재무장화, 세계무역질서 재편, 녹색경제 자본 수요, 에너지 인프라 투자 부족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 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미 증시와 회사채 시장은 과도한 낙관론에 기반해 고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다이먼 회장은 "대부분 평가척도에서 현재 주가는 평가가치 범주의 상단에 위치하고 있고, 회사채 스프레드(회사채와 미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 또한 극도로 작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은 경제 연착륙 가능성을 70∼80%로 반영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 그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만약 장기채 금리가 6% 이상으로 상승하고, 경기침체까지 수반한다면 은행 시스템뿐만 아니라 부채가 많은 기업에 많은 어려움이 수반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채권 수익률이 2%포인트가량 상승할 경우 주식 등 금융자산 가치가 20%가량 하락하고, 오피스 부동산 시장은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다이먼 회장은 현재 국제질서를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새 브레턴우즈 체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세계 2차대전 종식 후 성립된 브레턴우즈 체제는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떠받치며 미국에 세계 경제 패권을 쥐여준 것으로 평가받는 체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 기관으로 여겨진다.

다이먼 회장은 "2차대전 후 서방이 구축한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는 자체적인 실패와 복잡해진 세계를 따라가지 못해 외부 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으며 점점 더 약화하고 있다"며 "지금이 바로 브레턴우즈 체제를 재구상할 적기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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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wisefool@yna.co.kr)이지헌(pan@yna.co.kr)